글로벌 패션업체 휠라코리아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단행키로 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괄목할 수준의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유명세를 떨쳤으나 최근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제기된 중국 합작사의 회계 부정 이슈가 확대되면서 공매도 세력이 가세하자 이를 방어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주가 안정화 노력일 뿐 중국발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약 2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 이를 소각키로 결의했다.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기 때문에 자본금의 변동은 없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을 통해 28일부터 내년 2월27일까지 6개월 동안 진행키로 했다.
매입 후 소각하는 자사주 규모는 35만여주, 전체 발행주식(6116만주)의 0.57%에 불과하다. 다만 휠라코리아가 지난 2010년 코스피 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입·소각에 나선 것이라 관심이 모인다.
이러한 이례적인 결정은 주가가 힘없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장중 한때 9만원에 근접했던 주가(5월20일 장중 최대값 8만7900원)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석달만에 35% 하락한 5만원대(28일 종가 5만7300원)에 그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 이후 메디톡스, 대우조선해양, 메리츠종금증권 등과 함께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주목을 받았던 종목이다. 지난해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사업 협력사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10년 중국의 안타 스포츠(Anta Sports)와 합작해 현지법인인 풀 프로스펙트(Full Prospect)를 설립했는데 안타 스포츠를 둘러싼 회계논란 탓에 주가가 크게 휘청였다.
악재성 풍문에 공매도 세력이 가세하면서 주가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휠라코리아 주가가 5만원대로 주저앉은 이후인 19일 공매도 비중은 하루 총 거래액인 1121억원의 32%(356억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 40거래일 비중평균(17%) 보다 두배 가량 확대된 수치다. 지난 20일 공매도 비중은 무려 44%로 불어나며 동화약품에 이어 코스피 공매도 거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휠라코리아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안타 스포츠에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는 지난 27일 전일대비 10% 가량 오른 5만7500원에 거래를 종료하기도 했다.
주가 급락세는 멈췄으나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휠라코리아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보니 최근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빠지면서 주가도 하락한 것"이라며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선 것일뿐 안타스포츠 회계분식 이슈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1991년 윤윤수 현 회장이 이탈리아 브랜드 휠라를 국내에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2007년 글로벌 휠라 본사가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하자 휠라코리아가 본사를 인수하면서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패션업체 휠라는 토종 기업이 됐다.
2010년 코스피 상장 이후 휠라코리아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연간 815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세배 가량 불었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매출은 1조7939억원, 영업이익 260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각각 22%, 30% 늘었다. 특히 해외 매출이 전체의 76%에 달할 정도로 높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안타스포츠의 올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휠라의 중국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9.9% 증가한 65.4억위안으로 발표됨에 따라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휠라 브랜드의 인기와 높은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각종 루머를 불식시키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이제는 이에 걸맞는 밸류에이션이 뒤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