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상장 대박'을 계기로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공모주는 로또'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인데요.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으로 앞다퉈 몰려드는 형국이죠.
공모주 시장의 달아오른 열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 데뷔를 준비 중인데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공개(IPO)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른바 새내기주들에 대한 관심은 바다 건너 중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 중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상하이증권거래소 내에 문을 연 커촹반(과창판·과학혁신판)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틈타 자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속에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개장한 후 연말까지 70개 기업이 상장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87개 기업이 합류해 현재 157개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도 있습니다. 중신궈지는 이번 상장으로 532억위안(약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 커촹반 사상 최대 IPO 기록을 세웠죠.
이 기록은 얼마 안 가 깨질 전망입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홍콩 증시와 커촹반에 동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트그룹이 현재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연간 사용자 수는 무려 9억명이 넘습니다. 시장에선 앤트그룹의 기업가치가 우리 돈으로 2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앤트그룹이 상장하면 커촹반 IPO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은 물론 전 세계 IPO 역사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얼마 전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를 내놨습니다. 이 펀드는 커촹반을 중심으로 선전증권거래소의 촹예반(창업판·차스닥), 메인보드, 중소판 등 중국 증시에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한국투신운용은 커촹반이 개장하면서 중국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확' 높아졌다고 판단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정부가 '대놓고' 커촹반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타 중국 증시처럼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등록만 하면 상장이 가능합니다. 상장 직후에는 5거래일간 가격 제한 폭이 없고, 그 뒤로도 하루 상·하한 폭이 20%나 됩니다.
공모 물량 배정 시에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전체 물량의 60~70%를 나눠 주고 외국계 펀드에도 현지 기관투자자들과 똑같이 대우해 줍니다. 한국에서 펀드에 가입하더라도 현지 투자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얘기죠.
게다가 중국 공모주 수익률은 과거 한국 증시 초기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습니다. 지난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공모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무려 144%(시총가중평균, 196개 종목 상장 후 90일 최고가 기준)에 달했습니다. 커촹반이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고무된 중국 정부가 '차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의 시스템을 커촹반과 비슷하게 고치고 있다는 점도 중국 공모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는 기본적으로 커촹반과 메인보드, 차스닥 등의 공모주에 청약하고 상장 후 매도하는 전략을 씁니다. 대형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300(CSI300)과 상하이50(SSE50) 등의 인덱스 구성 종목으로 주식 현물을 보유하고 해당 인덱스 지수 선물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주식 현물에 투자한 변동성을 최소화합니다.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한국 우량 채권 또는 채권형 펀드, 콜 등 안전자산에도 일부 투자합니다.
펀드의 수익은 IPO 상장 차익과 인덱스 구성 종목의 배당 수입, 채권 이자 등으로 거둬들입니다. 수수료도 볼까요. A클래스 기준 선취판매수수료 1%와 연간 총보수 1.2%가 발생합니다. C클래스는 선취판매수수료가 없고 연간 총보수만 1.72%입니다.
지난 10일에 출시된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는 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2주간 판매가 진행 중인데요.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사실상 완판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국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겠죠.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판매사들의 추가 상품 요청이 잇따르면서 한국투신운용은 2호 펀드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