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오랜 염원이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선정됐다. 이로써 회사 자본의 2배 이내에서 투자자 대출이 가능해지고 기업 신용 공여 업무도 할 수 있게 됐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종투사 지정과 관련해 시장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확인된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빚투(빚 내서 투자)'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발행어음을 출시할 경우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투사 넘어 초대형 IB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종투사로 지정됐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9번째다. 종투사 지위가 주는 가장 큰 특혜는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 자기자본 수준에서 자기자본의 200% 수준까지 확대되는 데 있다. 더불어 기업 신용공여 업무 또한 가능해진다.
키움증권은 종투사로서 자본 규모별로 가능한 업무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 금융, 중소기업 여신 등 기업 성장 과정에 필요한 자금 수요와 자문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이 경우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신규 사업의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기업대출 심사 역량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증권은 종투사를 넘어 초대형 IB로 발돋움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기자본 4조원을 채워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8000억원이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연내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으로 IB사업부문이 확대돼 회사의 수익모델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모험자본 제공, 기업 재무구조 개선, M&A 인수자금 조달 및 자문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득'도 있지만 '실'도 존재
이번 종투사 지정을 통해 키움증권의 수익 모델은 다각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엿보인다.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빚투'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17년째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31% 가까이 된다. 그만큼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이란 증권사가 고객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문제는 미국발 긴축 쇼크 등으로 증시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데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 역시 커지는 상황이지만 키움증권 입장에선 대출을 늘려 쏠쏠한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이율도 높은 편이다. 키움증권에 주식을 맡기고 121일에서 150일 동안 대출 자금을 쓰면 9.5%의 이율이 부과된다. 이보다 높은 수준은 9.6%의 하이투자증권이 유일하지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초대형 IB가 되더라도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은 있다. 재무건전성이다. 초대형 IB가 되면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데, 발행어음을 조달한 자금 일부를 기업에 공급해야 한다. 이 경우 위험액이 늘면서 영업용 순자본비율(NCR)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신용평가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구NCR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03.72%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구NCR 150% 미만 시 경영개선을 권고하고 120% 미만은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의 경우에는 경영개선을 명령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키움증권의 초대형 IB 진출 가능성은 높게 보면서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에 대한 통제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증권산업 구도는 대형사들 간의 경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키움증권도 초대형 IB로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덩치를 키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초대형 IB가 되면 기회도 많이 생기지만 재무건전성과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균형 있게 사업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