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정된 금융투자협회 6번째 회장 선거가 '5파전'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증권사 CEO 4명이 출사표를 내민 가운데, 나재철 현 금투협회장도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6대 금투협회장 출사표 던지는 전직 CEO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내달중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임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1월 5대 금투협회장으로 취임한 나재철 현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곧 협회장 투표가 시작되는 만큼 차기 협회장 도전을 위해 출사표를 내놓은 후보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이다. 서명석 전 사장은 지난 1986년 동양증권 공채 2기로 입사해 지점 프라이빗뱅커(PB), 리서치센터장을 거치고 2013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지난 2014년 동양증권이 유안타그룹에 인수된 후 사장에 취임해 지난 2020년까지 역임했다.
동시에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도 차기 금투협회장 출마를 밝혔다. 전병조 전 사장은 공직생활 경험이 있는 관 출신 대표다. 지난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지난 2008년 NH투자증권 IB 부문 전무를 맡았다. 이후 KDB대우증권 IB 부문 부문장을 거친 뒤 지난 2015년 KB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고,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출범한 KB증권에서 2018년까지 사장직을 역임했다.
자산운용사 CEO 출신인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도 선거에 뛰어든다. 지난 1988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본부장, 리테일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이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부문 대표를 거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역임했다.
최근에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해준 전 대표는 지난 198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 사업본부 본부장, 자산관리영업본부 본부장을 거쳤으며 2005년 교보증권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
강력한 후보 없다…춘추전국시대 개막
여기에 현 협회장의 연임 도전까지 가정할 경우 '5파전'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나 회장은 협회장 연임을 하겠다는 공식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연임 포기도 하지 않은 만큼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현 협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현직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유력한 후보로 등극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협회장을 지낸 경력과 함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등 업적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 회장이 5대 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주어진 임기에 충실하겠다며 단임의사를 밝혔던 점이 연임 도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또 대신증권 사장을 역임할 당시 불거졌던 라임사태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점도 연임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나 회장은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금투협회장 자리는 징계 범위에 속하진 않지만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강력한 차기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협회장 선거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당초 차기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이 나왔던 인물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었다. 지난 5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이 돌았던 만큼 이번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유상호 부회장은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더 큰 도약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는 회사측 요청에 따라 불출마를 결정했다"며 "협회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지만,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현재 자리에서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기 금투협회장 선거 일정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금투협은 11월중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후추위가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면 차기 회장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일은 12월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기존보다 대형사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전망이다. 협회장 투표권은 균등등의결권과 차등의결권으로 나뉘어 회원비 분담비율에 따라 투표권 비중이 다르다. 이전 투표까지 차등의결권 비율은 60%였으나 이번 투표부터는 70%로 비율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