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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효과 높이려면 자사주 제도 개선해야

  • 2023.02.23(목) 16:39

주주위해 '자사주' 취득한다지만 소각은 미미
자사주 마법은 '지배주주의 남용' 행위에 해당
취득공시 강화…처분시 신주발행 규제 적용해야

대표적인 주주환원수단으로 꼽히는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주주환원을 강조하지만 정작 취득 후 활용방법은 주주환원이 아닌 임직원 성과보상이나 주식매수선택권행사 등에 치우쳐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득한 자사주를 추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배주주 지배력 확대에 사용하는 자사주 마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일관적이지 않은 자사주 규제체계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수단으로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자연구원 주최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보라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자사주 제도의 현 문제점과 향후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회사 자신이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스스로 주주가 되는 것이다. 

자사주 취득목적과 활용 불일치... 신뢰성 의문

자사주는 여러 방면에서 쓰임새가 많다. 자사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할 수 있고, 주가가 저평가 됐을 때 자사주를 매입해 유통물량을 줄여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현금여력이 없을 때 자사주를 확보해 이를 시장에 내다팔아 자금조달 창구로 쓸 수 있다. 기업 M&A때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자사주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자사주의 쓰임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일반 주주들을 위한 주주환원 효과보다는 대부분 취득후 보유만 하거나, 기업 필요에 따라 처분만 한다든지 지배주주 지배력 확대 등 사적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자사주 취득과 처분 관행은 주주환원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상장기업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후 처분하면 주가는 다시 내려갈 수 있다"며 "자사주는 소각으로 이어져야 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당시 자사주 취득이 급증했지만, 2022년 5월 공시까지 살펴본 결과 취득한 자사주 대부분은 소각되지 않고 처분하거나 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취득 당시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을 강조해놓고, 정작 이를 소각하지 않고 대부분 처분하면서 애초에 취득목적과 추후 자사주 활용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이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공시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은 주가안정이나 주주환원, 소각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4.1%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임직원 성과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65.5%) 등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위원은 "규정상 자사주를 취득하고 나서 취득목적을 적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취득목적과 처분목적이 반드시 1:1 대응을 이뤄야 하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취득목적과 처분목적의 차이가 너무 커서 애초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했다는 기업들의 설명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자사주 취득하면 시가총액에서 제외

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 참석한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은 자사주를 취득하자마자 시가총액에서 빼버리기 때문에 소각이 의미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자사주를 취득해도 시가총액에 자사주 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도 소각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총발행주식에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절반인 기업은 시가총액에 자사주를 포함해 계산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고 처분하지 않는 이상 활용할 수도 없다. 때문에 자사주를 시가총액에 포함하는 것은 기업가치 과대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기업법제팀장은 "자사주를 취득하는 순간 이미 주주환원효과는 다 이루어진 것"이라며 "그 이후 소각을 하든 처분을 하든 주주환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간접취득의 한계점도 나왔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 기업이 직접 취득하거나 증권사를 통해 간접취득할 수 있는데 특히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간접취득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간접취득은 직접취득에 비해 계약기간 연장이 쉽고 계약기간 내 처분도 가능하다. 또 취득하겠다고 밝힌 수량 전부를 반드시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취득 시 3개월 내 목표한 수량을 전부 취득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약속한 자사주수량을 실질적으로 취득하지 않고 취득하더라도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마법.. 지배주주의 남용 행위

인적분할 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자사주가 지배주주 지배력 확대로 쓰이는 자사주 마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자사주 마법은 하나의 회사를 A와 B로 쪼갤 때 분할비율대로 지분율을 나누는데 이 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도 주주로 취급해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적분할은 보통 A와 B로 회사를 쪼개면서 A를 지주회사로 설립해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쓰이는 분할방식인데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하면 '지배주주→지주회사(A)→신설회사(B)' 순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을 주제로 발표를 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런 추가적인 출자나 출연 없이 지배력 강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사주 마법이라 부른다"며 "이는 부의 배분을 왜곡하는 것이며 주주환원이나 자기주식을 재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자기주식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의 자사주도 자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회사가 돈을 주고 취득한 자산이기 때문에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면 회사자산이 증가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또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면 지주회사 전환비용이 올라가 지주사 전환을 유도해온 그동안의 정책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애초에 회사가 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모순이고 상법상 자사주에는 의결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자기주식은 회사의 자산으로 볼 수 없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는 미발행주식 또는 소각한 것으로 간주해 자사주에는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고"고 선을 그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가 회사의 자산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현재의 법 체계를 인정한다는 의미)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 등 부의 배분을 왜곡하는 형태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환원 효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제도 개선 필요

자사주의 주주환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현 자사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현재 자사주 취득 목적에 대한 공시는 주가안정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 형식적인 말로만 하고 있는데 취득한 목적을 보다 상세하게 적고 취득의 판단근거 및 취득 규모를 결정한 기준 등 공시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강 연구위원은 "자사주 소각비중이 미미하고 처분하는 상황이 많은데 자사주를 처분하는 건 사실상 신주발행만큼이나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직접 처분시 신주발행 관점에서 규제해야 하고 주주 간 형평성을 침해하거나 지배주주의 이익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위원은 직접취득보다 약한 간접취득 규정도 취득내용 공시 빈도를 상향 조정하고, 관행적인 신탁계약 연장을 제한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도 "자사주 취득은 이익배당으로 취급하지만 이를 처분하면 신주발행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독일, 영국, 일본은 자사주 처분시 신주발행과 동급으로 취급한다"고 덧붙였다.

송민경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이나 처분시 공시를 지금보더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사주 취득 또는 처분 시 모든 상장기업들이 올려야 하는 주요사항보고서 공시를 좀 더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자사주를 시가총액에서 제외하는 부분은 맞지만 이를 제외한다고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보유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KT와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맞교환해 의결권을 부활시켰는데, 이처럼 상호주 보유 문제가 향후 자사주 규율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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