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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를 ETF처럼 거래?...관건은 LP 모으기

  • 2023.07.25(화) 09:00

직상장 하려면 유동성공급자(LP) 확보 필수
운용사-판매사 이해상충 속 소극적인 증권사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침체된 공모펀드 살리기 방안으로 공모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 처럼 거래하는 직상장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거래 편의성을 높여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직상장을 위해서는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 확보가 필수조건인데, 펀드 판매채널인 증권사들이 이해상충 우려로 LP 지원에 소극적인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사진=비즈워치

거래 편의성 높이려면 LP 필수적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국내 자산운용사 20곳 사장단은 금융투자협회에서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대상은 주식형 뿐 아니라 채권형 펀드까지 확대해 검토 중이다. 공모펀드 활성화는 올초 취임한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ETF는 거래 편의성과 낮은 보수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20주년을 맞아 순자산 100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환매에 최소한 수일이 필요하고, 한국포스증권이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증권이나 은행 등 판매 채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등 ETF에 비해 거래 편의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따라 공모펀드가 자산운용시장에서 차지하는 순자산총액 비중은 2011년말 31%에서 올해 5월말 22%까지 쪼그라들었다. 

공모펀드가 ETF처럼 직상장으로 더 많은 투자자를 모집하려면 LP의 역할이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ETF 시장에서 LP는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주문을 내 거래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증권사는 LP 역할을 하기 위해 운용사에 주식이나 채권 바스켓을 납입하고 ETF를 받아오는데, 이때 대개 주식이나 채권을 운용사로부터 빌려와 바스켓을 꾸린다. 이처럼 물량을 받아주거나 공급할 수 있는 LP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매매를 할 수 있다. 

LP에 소극적인 증권사들...왜?

그러나 공모펀드는 증권사 LP 모집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펀드 판매채널인 증권사들이 이해상충을 우려하며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를 직상장할 경우 개인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펀드를 매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나 수수료가 줄어든다. 앞서 지난 2006년 운용사 펀드 직판 허용을 두고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A운용사 고위 임원은 "사실상 운용과 판매가 분리돼 있는 가운데 판매채널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다"며 "공모펀드 직상장 때문에 다른 펀드까지 판매를 거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도 난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운용사의 a펀드를 거래소에 직상장 한다고 가정했을 때 직상장하지 않은 해당 운용사의 또 다른 펀드가 판매 거부 당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임원은 "최근에는 LP를 하려는 증권사들의 숫자가 공모펀드 직상장 논의가 시작된 초기보다 많아진 걸로 안다"며 "판매사와의 이해상충을 줄이려는 조치 등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모펀드는 편입 종목 개수가 ETF보다 많고, 펀드매니저에 의해 종목 손바뀜이 잦은 점도 LP 확보의 걸림돌로 꼽힌다.

B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종목도 많고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LP를 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LP를 아예 빼고 가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LP가 없을 경우엔 유동성이 잘 공급되지 않아 가격 왜곡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LP없이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포트폴리오 공개 여부, 액티브ETF와의 차별화 등이 추가 논의될 사안으로 언급된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참여 의지가 있는 운용사, LP들과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단계"이라며 "향후 공모펀드 경쟁력이 제고될 필요성을 인지하고 규제샌드박스나 제도개선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공모펀드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작성한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몇년 전에 조성된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가 현재 순자산가치(NAV)와 거래가격과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괴리율을 좁힐 수 있는게 LP의 역할"이라며 "ETF처럼 사고파는 것이 쉬워지도록 하려면 LP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LP 수수료를 감안하면 증권사들이 굳이 안하려는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건 LP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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