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 억제 요인으로 지목됐던 상관계수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르면 연내 상관계수 완화 방안 발표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운용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산운용업계 입장에서 액티브 ETF 상관계수 완화는 중요한 당면 과제다. 운용 역량이 커지는 만큼 수익률 차별화가 가능해져 액티브 ETF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공모펀드처럼 펀드매니저가 '운용의 묘'를 발휘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운용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만큼 패시브 ETF보다 운용보수가 높다.
하지만 일반 펀드와 달리 액티브 ETF의 운용 재량에는 한계가 있다. 자본시장법상 ETF는 특정지수를 추종해 운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관계수는 ETF와 기초지수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다. 패시브는 0.9 이상, 액티브도 0.7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즉 액티브 ETF의 경우 70%는 지수를 따라가고 나머지 30% 내에서만 지수와 다르게 운용할 수 있다. 만약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 해당 ETF는 상장 폐지된다.
운용업계는 높은 상관계수로 인해 운용 재량권이 크게 제한돼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액티브 ETF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액티브 ETF 비중이 전체 ETF 시장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액티브 ETF 순자산총액은 29조1997억원으로 연초 14조4088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상장한 액티브 ETF 수도 1월 말 111개에서 9월 말 158개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ETF 순자산총액이 109조369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전체 시장의 80%를 패시브가 주도하는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액티브 ETF의 경우 지수 추종 없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기초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 따라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운용업계는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상관계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운용 전략이 노출되는 자산구성내역(PDF, Portfolio Deposit File) 공개를 늦추거나 비공개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상관계수 규제 완화는 운용업계에서 수년간 제기해온 문제"라면서 "상반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액티브 ETF 운용 자율성 완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PDF 지연 공시는 거래소 건의 내용에서 빠졌다. 현재 매일 공시되는 PDF의 경우 지연공시에 따른 소비자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비공개 시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방안 등 추가적인 보완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에서는 거래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상관계수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요청 사항을 받아들여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연내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관계수 완화로 운용 여력이 확대되면 투자자의 ETF 상품 선택 폭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테마형 ETF가 늘어나면서 구성 종목이 비슷한 ETF 역시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데 상관계수 완화로 운용능력에 따른 상품 수익률 차별화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은 늘어날 수 있다. 또 지금보다 다양한 상품의 출현도 기대된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수 추종 비율이 50%까지만 낮아져도 운용 역동성이 커지면서 상품 다양성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수 추종과 크게 괴리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보호 방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