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 상품이 국내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검증된 해외 ETF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ETF를 앞다퉈 '국산화'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국내 ETF 시장에서는 시장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 나스닥100 등을 따르는 기초적인 해외주식형 ETF만 있었으나 최근에는 나름의 투자전략을 가미한 해외주식형 ETF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운용사, 우수 해외 ETF 벤치마킹 본격화
2002년 9월 3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약 20년간 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의 성과를 앞선 지수는 8종이 있다. 해당 지수는 △나스닥100 △주주환원 우수 △해자(Moat) 보유 △현금흐름(FCF) 우수 △배당성장(10+Y)&펀더멘털 △S&P500 성장&퀄리티 △S&P500 배당&퀄리티 △배당귀족(25+Y) 등이다. ▷관련기사:ETF 장기투자가 고민?…S&P500 이긴 지수 상품 살펴보니
나스닥100의 경우 기초 시장지수로서 이미 국내에 'ACE 미국나스닥100', 'KBSTA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 여러 상품이 상장해 있다. 최근 이외에도 장기간 성과가 검증된 지수를 따르는 ETF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첫발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뗐다. 지난 2018년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ACE 미국WideMoat가치주'를 상장한 데 이어 2021년에는 'ACE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증시에 선보였다. 두 ETF는 미국 상장 ETF인 'MOAT'와 'SCHD'와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사실상 같은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배당금을 25년 이상 늘려온 배당귀족주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을 작년에 출시했다. 이 상품은 미국에 상장한 'NOBL'과 같은 상품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한국판 'SCHD'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추가적으로 내놨으며 미래에셋운용도 올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상장했다.
특히 신한운용은 투자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분배금 지급주기를 월단위로 맞췄다. 이후 월분배 투자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상품을 먼저 출시한 한투운용도 'ACE 미국배당다우존스'의 분배금 지급주기를 분기에서 월단위로 바꿨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운용이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캐시카우100'을 출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COWZ'와 포트폴리오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나 미국 1000개 상장사 중 FCF 수익률이 우수한 100개 종목에 투자한다는 전략은 동일하다.
국내 ETF, 해외 ETF 차이점은?
해외 ETF와 추종 기초지수가 일치하고, 환헤지를 실시하지 않는 한국판 해외 ETF는 해외 ETF와 수익률 차이가 없다. 다만 투자 방식이나 과세체계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편의성이다. 국내 ETF는 코스피에 상장해 국내 정규시장 거래시간에 거래가 가능하고 원화로 매매할 수 있다. 반면 해외 ETF는 각 나라 거래소에 상장해 있어 국가별 거래시간에 맞춰 거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해당 국가에 맞는 통화로 환전해야 거래가 가능해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과세방식의 차이도 있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펀드지만 국내에서는 펀드와 동일하게 배당소득세를 적용한다. 해외 ETF는 주식으로 취급해 양도소득세를 적용한다. 따라서 국내 ETF를 매매해 얻은 차익은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고, 해외 ETF는 22%의 양도소득세를 낸다.
세율만 보면 배당소득세가 유리해 보일 수 있으나 양도소득세 과세 특징을 고려하면 양도세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먼저 양도소득세는 종합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류과세해 차익이 커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과세기간(1월 1일~12월 31일)에 발생한 손익을 통산해 과세한다. 여기에 250만원을 기본공제한다.
예를 들어 해외 상장 ETF 2종에 투자했을 때 한 종목에서 1000만원 이익을 얻고 다른 한 종목에서 250만원 손실을 냈다고 치자. 손익을 통산하면 750만원의 이익으로 취급하지만 기본공제금 250만원을 제외하고 500만원에 대해서만 22%의 양도세를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세금은 110만원을 납부하는 셈이다.
만약 동일하게 국내 상장 ETF 2종에서 1000만원 이익, 250만원 손실을 냈다고 가정하자. 손익통산을 하지 않으므로 250만원 손실과 상관없이 1000만원 이익에 대해 15.4%의 세율로 과세해 15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더해 과세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해 다른 소득과 누진과세 돼 내야 할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외 ETF 유리? 절세계좌 활용은 변수
과세방식 측면에선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방식은 일반 계좌 기준이다. 국내 ETF에만 투자가 가능한 절세계좌를 활용하면 상황은 바뀐다.
우선 개인형퇴직연금(IRP), 연금저축 등 연금계좌는 과세이연 효과가 있다. 일반계좌에서 매매차익을 얻거나 분배금을 받으면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만 절세계좌를 활용하면 실제 인출하기 전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분배금을 고스란히 재투자할 수 있는 만큼 복리효과를 추가로 얻는 셈이다.
일반계좌와 다르게 손익도 통산해준다. 이익과 손실을 합쳐 실제 얻은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과세한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하지 않는다. 세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서 연간 연금소득이 1200만원 이하일 때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세제혜택은 분명 우수하지만 연금계좌는 55세 이후 인출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다만 중도인출이 불가능한 IRP와 다르게 연금저축계좌는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이때는 16.5%의 기타소득세율이 부과돼 단기간 운용하고 해지하더라도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일반계좌보다 유리할 수 있다.
두 연금계좌와 다르게 ISA는 최대 5년까지만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 기간이 짧은 만큼 비과세 한도도 200만원으로 연금계좌보다 작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ETF 직접 투자에 비해 국내 절세계좌를 활용 시 혜택이 크다"며 "국내 절세계좌를 최대한 활용하되 계좌 한도를 넘어서거나 국내에 상장하지 않은 ETF가 있다면 직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