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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손잡은 삼성운용, 보기드문 재간접 ETF 내놓은 이유는

  • 2023.10.26(목) 10:10

기초자산 아닌 ETF에 투자…펀드보수 이중 발생
삼성운용 "규모의 경제 활용한 비용 절감 기대"

삼성자산운용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ETF를 출시했다.

재간접형 ETF는 다른 펀드에 투자해 보수가 2번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삼성운용은 실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대비 재간접 투자하는 비용이 더 저렴한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구조로 출시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운용보수 이중 발생하지만 '규모의 경제' 겨냥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자산운용은 신규 ETF 3종을 상장했다. 신규 상장 3종 ETF는 'KODEX iShares미국하이일드액티브', 'KODEX iShares미국투자등급 회사채액티브', 'KODEX iShares 미국인플레이션국채액티브'다.

이들 ETF는 약 8조6000억달러(약 1경15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TF인 'iShares Broad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USHY)', 'iShares iBoxx $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LQD)', 'iShares TIPS Bond ETF(TIP)'에 각각 1대 1 재간접 투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ETF가 직접 미국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외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는 많다. 그러나 ETF 시장에서는 재간접형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3종 ETF 상장 이전을 살펴봐도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릭소글로벌디지털경제MSCI', 'KOSEF 릭소글로벌퓨처모빌리티MSCI' 2종 밖에 없다.

액티브로 운용하는 일반 펀드와 다르게 ETF는 패시브 방식으로 운용해 재간접형으로 출시하지 않아도 기초지수만 같다면 다른 ETF와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에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ETF와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판 ETF를 국내 운용사들이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같은 기초지수를 활용해 직접 운용하는 이유는 재간접형 구조로 상품을 만들면 이중으로 보수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하는 ETF에서 보수가 발생하는데 재간접 투자하는 ETF에서도 보수가 발생하기에 2개 상품의 보수를 내는 셈이다.

Kodex iShares 미국채권 ETF 3종 보수/그래픽=비즈워치

예를 들어 KODEX iShares미국하이일드액티브의 총보수는 0.15%지만 해당 ETF가 1대 1 재간접 투자하는 USHY의 총보수는 0.15%다. 이처럼 보수가 이중으로 발생해 실질적으로 ETF에서 발생하는 총보수비용은 0.3%로 늘어난다. KODEX iShares미국투자등급 회사채액티브와 KODEX iShares 미국인플레이션국채도 총보수는 각각 0.1%, 0.1%로 설정했으나 실제 발생하는 총보수비용은 0.24%, 0.29%다.

삼성운용은 이러한 이중보수 문제에도 재간접형 구조로 ETF를 출시한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실질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유아란 삼성자산운용 운용역은 "국내 시장에서 제한된 순자산 규모로는 비교지수를 효과적으로 추종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며 "블랙록 ETF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거래 비용을 줄이는 것이 직접운용보다 지출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7월말 기준 TIPS, USHY, LQD의 순자산총액은 약 28조원, 12조원, 47조원에 달한다.

유 운용역은 "본토 채권시장이 닫힌 시간에 아시아 시장에서 매매하면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해외 ETF 직접투자 대비 장점 부족 지적

이처럼 삼성운용은 재간접 구조에서 발생하는 이중보수 문제보다 비용 절감에 무게를 둬 직접운용을 택하지 않았다.

다만 운용업계 일부에서는 투자가 어려운 지역의 상품이 아닌 거래 편의성이 높은 미국 상장 ETF를 투자자들이 재간접 투자하는 이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재간접 구조가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투자자가 직접 ETF에 투자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는 없다"며 "투자가 어려운 국가의 상품도 아니고 투자가 편리한 미국 상품을 굳이 재간접형 구조로 만든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이점이 커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ETF를 본떠 만든 한국판 ETF의 경우 해외 ETF보다 더 저렴한 보수를 책정해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운용 미국채권 ETF 3종은 재간접형 구조로 더 저렴한 보수를 책정하더라도 실제 발생하는 비용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점,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거래시간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KODEX ETF 투자가 유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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