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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자금조달'…금감원, 메리츠 불건전영업행위 포착

  • 2023.10.11(수) 12:00

금감원, 사모 CB 기획검사 중간 결과 발표
자사 채권부서 통해 담보채권 취득케 해
임직원 직무상 정보이용금지 위반 정황도

금융감독당국이 사모 전환사채(CB) 기획검사를 진행한 결과, 메리츠증권의 불건전영업행위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상장사로 하여금 CB로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가 보유한 채권 등을 담보로 매입하게 하는 등 '무늬만 자금조달'에 일조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래픽=비즈워치

11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사모CB 기획검사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사모CB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을 중점 검사 사항으로 선정했으며 지난 7월 불공정거래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사모CB, BW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의혹이 제기된 메리츠증권에 대해 지난 8월16일부터 9월22일까지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검사결과, 메리츠증권이 '무늬만 자금조달'에 일조한 정황이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상장사에 CB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대신, 해당 회사가 조달한 자금으로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사게한 뒤 이를 담보로 잡았다. 

특히 담보채권 취득은 메리츠증권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또 CB 발행사에게 국채 또는 AA 이상 채권들로 구성된 담보채권가능 목록을 2~3개 내외로 제시하고 그중에서 취득하게 했다. 계약서에는 국채가 아닌 A0 등급 이상의 채권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자금사용을 위해 담보해제가 필요할 경우, 발행사가 자사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확인 결과 메리츠증권이 이러한 계약조항을 삽입해 CB를 인수한 상장사는 휴센텍, 에이치앤비디자인 등 다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담보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CB로 조달한 자금을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게 동의한 적이 없으며, 오로지 CB 투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만 담보권 해제에 동의했다.

이는 공격적인 사모CB 중개영업에 대해 모험자본을 공급한 것이라는 메리츠증권 측의 그간 설명과는 모순되는 대목이다. 기업의 실탄을 지원하는 목적보다 중개 수수료만 챙기는데 방점이 찍혀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CB 투자 계약 과정에서 상장사의 특수관계인(사실상 최대주주)에 편익을 제공하는데 협조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장사 C사는 메리츠증권에 특수관계인(C사의 사실상 최대주주)이 최소자금으로 자신들이 발행하는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C사가 발행한 CB를 취득한 후 이 중 50% 물량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특수관계인과 맺었다. 

메리츠증권이 CB와 관련해 개인과 맺은 유일한 TRS 계약이었던 이 계약은 이례적으로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평가도 수행하지 않았다. 더욱이 C사의 특수관계인은 담보로 10% 상당 금액만 납부했는데, 통상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또는 차액결제거래(CFD)의 경우 40~50% 수준 금액을 담보로 잡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이같은 행위는 자본시장법 71조 위반 소지가 있다. 71조에서는 투자자 보호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한다. 

직무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 행위도 적발됐다. IB본부 임직원들은 상장사 사모CB발행 관련 주선·투자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정보를 이용해 해당 CB에 투자했다. 또한 가족, 지인들의 자금을 모은 뒤 투자조합,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CB를 취득하기도 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이들은 해당 CB에 회사의 고유자금이 선순위로 투자된 상황이었음에도 직원과 가족 등의 자금을 조합·SPC 형태로 후순위 투자한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 

이는 자본시장법 54조 위반 소지가 있다. 5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로서 외부에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해 조만간 추가적인 현장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확인된 사항에 대해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소지를 검토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며 "추가 검사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회복과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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