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알린 뒤 실제로 추진하지 않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한 결과,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최대주주와 관계자는 사업목적 추가, 관련회사 인수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고점에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이후 사업추진이 전무한 129사에 대한 추가검토 결과, 불공정거래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금감원은 정기보고서에 신사업 진행경과 기재를 의무화하도록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개정내용이 최초로 적용된 2023년 반기보고서를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현황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7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233개사 가운데 55%(129곳)은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2022년 주요 테마주로 꼽힌 업종은 △2차전지 △메타버스 △가상화폐 NFT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7개다.
금감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A사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신사업 추진 소식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언론에 홍보자료로 배포했다. 또 관련회사 지분인수 등을 통해 단기 내 주가를 상승시켰다. 이때 최대주주와 관련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도해 대규모 차익을 거뒀다.
금감원은 "이외 기업도 사업추진 역량,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보여주기식 신사업 추진을 발표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는 등 추가 불공정거래 연계 개연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 조사국에서는 신사업 사업추가 이후 사업진행이 부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혐의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포착된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향후 주요 신사업 발표 회사는 주가급등 시기의 매매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상매매 발견시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밖에 신사업 미추진 기업 중에서 회계처리 부적정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는 3년연속 영업손실, 자본잠식,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고 횡령·감사의견거절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등 투자 고위험 종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시위반 전력이 있는 기업도 상당수다.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공시위반 제재를 받은 기업은 25%(31사)로 집계됐다. 최근 실시한 신사업 진행경과 기재 관련 2023년 반기보고서 중점점검에서도 기재 미흡 회사 비율이 65%(84사)에 이른다.
빈번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특징도 있다. 신사업 추진 발표 전후 과정에서 유상증자나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74%(95사)에 달했다. 평균 자금조달 규모는 496억원, 조달 횟수는 4회로 전체평균(254억원, 0.9회)을 크게 웃돈다.
금감원 회계감리국은 14사를 심사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신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투자한 자산의 손상인식 여부, 조달 자금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심사 중이다. 금감원은 필요시 감리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회계분식이 의심되는 4사를 심사대상으로 추가 선정했으며, 미착수 건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높여 신속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시심사실에서는 신사업 미추진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 하는 경우, 과거 발표한 신사업 진행실적과 향후 계획 등을 중점 심사 중이다. 현재는 미추진 기업 1곳의 유상증자 건에 대해서도 과거 신사업 관련 조달금액 사용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불공정거래, 허위 회계처리, 횡령·배임 등 위법사항 발견시 필요한 후속조치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사업 추진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 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 위법행위로 본다"며 "관련부서가 적극 공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