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메타버스 등 테마주로 핫한 주요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투자자의 이목을 끌어 놓고 정작 이를 실제로 추진한 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사업 추진현황이 전혀 없는 회사들 중에서는 다년간 영업손실, 최대주주 변경 등 경영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신사업 추진 공시 후 주가가 오르자 최대주주가 주식을 판 뒤 신사업 추진을 철회하는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한 회사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회사에 투자하더라도 향후 사업진행 공시내용 등을 참고해 투자할 수 있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31일 올해 반기보고서에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한 회사들의 진행상황 등을 중점 점검하고 추진현황 실태를 분석해 발표했다.
2차전지 신사업 발표.. 실제 추진한 곳은 36% 불과
금감원에 따르면 점검대상 1047곳(유가증권 326개사, 코스닥 721개사) 중 신사업 진행상황 작성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49%(516곳)였다. 작성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회사들은 대체로 사업 추진현황과 미추진 사유 기재를 미흡하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테마주로 알려진 2차전지‧메타버스 등 7개 주요 신사업을 추가한 233곳 중 추가사업에 대한 추진 현황이 있는 곳은 36%(83곳)에 불과했다. 추가한 신사업 중 일부 사업만 추진 실적이 있는 회사는 45%(104곳)였다. 일부사업이라도 매출 실적이 있는 회사 역시 20%(47곳)로 저조했다.
신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129곳(55%)은 추진 현황이 있는 회사와 비교했을 때 다년간 영업손실, 최대주주 변경 등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횡령‧감사의견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점이 노출된 회사도 다수였다.
금감원은 신사업 추진 현황이 없는 회사 중 허위 신사업을 이용한 부정거래 혐의 회사도 일부 확인했다. 이들은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 등 관련자가 전환사채를 이용해 전환한 주식을 매도하고, 이후 신사업 추진을 철회하는 등 부정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사업 추가, 2차전지‧신재생에너지가 가장 많아
회사들은 주로 2차전지‧메타버스‧가상화폐‧인공지능‧로봇‧신재생에너지‧코로나 등을 사업목적에 신사업으로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신사업을 추가한 회사는 총 285곳이었다. 상장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상장사가 65곳, 코스닥 상장사가 220곳이었다.
이 중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가 217곳으로 가장 많았다.
메타버스와 가상화폐, NFT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도 138곳이었다. 이들 회사는 주로 관련주 급등시기인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에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한 신사업 종류가 많은 회사일수록 사업추진 비율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1개만 추가한 회사는 사업추진비율이 46.6%였으나 3개 추가한 회사는 16.7%, 4개 이상 추가한 회사는 0%였다.
다양한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회사일수록 사실상 허위로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금감원, 신사업 추진 공시 확인 후 투자 당부
금감원은 "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의 상당수가 역량부족, 사업 타당성 결여 등으로 추진실적이 없거나 부진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는 관련 공시를 통해 회사가 신사업을 추진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신사업 추진 작성기준이 미흡한 531곳에 대한 중점점검 결과 및 공시 모범사례를 통보해 다음 정기보고서 작성때 보완토록 안내할 예정이다.
또 기재부실이 심각한 회사는 향후 사업보고서 등을 대상으로 재점검을 실시하고 증권신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 공시서류에 대한 심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종목은 철저한 조사 및 혐의 적발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