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백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은행 불법공매도를 추가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BNP파리바·HSBC 2개사의 56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한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또 다시 대규모 불법공매도 정황을 적발한 것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감원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 IB 불법공매도 사건조사 과정에서 여러 IB들의 수백억원 규모 불법공매도가 추가로 확인됐다"며 "일부는 후반부 단계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를 짧은 시일 내 소상히 보고하고 공매도 제도 개선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BNP파리바·HSBC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불법적인 주문을 파악할 수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판단, 역대 최대 금액인 265억원 어치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시에 이들을 검찰에도 고발 조치했다.
이에 금감원은 작년 11월부터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신설해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불법공매도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 2개월 만에 추가적인 불법 정황을 적발한 것이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 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에 고발한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서도 신속한 수사를 위해 추가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복현 원장은 "불공정거래 근절과 관련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최근 조사 인력을 확충하고 특별사법경찰을 보강했다"며 "우선적으로 증선위에서 고발한 해외 IB 불법공매도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이번 주 중 다수 인력을 남부지검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강도 높은 불법공매도 전수조사와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혁과 관련, 글로벌 IB들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불법공매도 조사건도 훨씬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우리가 놓치는 게 없는지 충분히 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라며 "다만 모든 조사와 제재 절차와 관련해선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가감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투자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연내 글로벌 IB 사무소가 다수 위치한 홍콩에서 직접 금융회사들과 소통할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지금 이슈가 된 사안과 관련해 홍콩 등 지역이나 금융회사들 상대로 금융시장 특징과 당국의 걱정 등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R 행사 형태가 됐든, 홍콩 감독기구와 공동 설명을 하는 방식이 됐든 (설명회를) 연내 국제 사업의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저나 책임자가 직접 가서 우리 시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설명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