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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경영권 분쟁]㉓임종윤 사장이 '이사회 의견서' 요구한 이유

  • 2024.03.15(금) 13:36

임종윤 사장, 한미 측에 OCI통합 관련 이사회 의견서 요구
"합병공시 강화하는 정부 방향 한미사이언스에도 적용해야"
금융위, 5일 합병 관련 이사회 공시 강화 방안 입법예고

작년 9월 미국 탄소포집 및 저장업체 덴버리(Denbury)는 엑손모빌(ExxonMobil)과의 합병 공시에서 2021년 초부터 2023년 7월 사이 28개 이상의 기업과 논의한 결과, 엑손모빌이 현재 시장 가격보다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유일한 당사자라고 밝혔다. 또 덴버리 이사회는 JP모건과 함께 주식교환 비율 대한 재무분석을 검토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검토 결과 특정 조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엑손모빌에 얘기했고, 이후 수정 계약 초안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사례는 지난달 6일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인수합병(인수·합병) 제도 개선 방향을 밝히면서 참고사례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회사의 주주구성이 대폭 바뀌는 합병은 지배구조 변화로 인해 주주들의 주식가치에도 큰 변동을 가져오는 중요 이벤트다. 덴버리 이사회는 그러한 중대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노력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충실히 설명한 것이다. 이사회가 주주들로부터 소송당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이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합병 진행 배경이 충분히 알려지도록 제도를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합병 추진 배경 △거래상대방 선정이유 △합병 진행 시점 결정 이유 등을 주요 의사결정 배경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합병을 결정하는 1차 집단인 이사회가 논의 내용을 공시하도록 했다. 지금은 합병 관련 이사회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사회에서 지배주주에 편향된 결정을 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향후 법적 근거를 가지고 문제 제기하기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금융위의 정책 방향은 이사회가 내린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를 투명하게 알리고 주주들의 판단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가운데 최근 한미사이언스와 OCI 사례처럼 국내서도 주주들의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여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의 발표가 있기 3주 전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 대주주가 OCI로 단번에 바뀌는 동시에 한미그룹의 지주회사였던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 바뀌는 대대적 지배구조 변화를 예고한 발표였다. 

한미사이언스와 OCI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합병 공시를 강화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한미와 OCI의 통합과정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 측에 '이사회 의견서' 공개를 요구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와의 주식 양수도,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등 각종 주식거래 승인을 결정한 지난 1월 12일 이사회는 사내이사 송영숙 회장과 법조계와 자산운용업계 출신의 사외이사 3명이 참석했다.

물론 임종윤 사장 측의 요구는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된 현 상황에서 나온 이해당사자의 주장이란 점을 감안해야한다. 다만 임 사장 측도 합병 관련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이사회의 합병 결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일반주주가 문제 제기하기 곤란한 현 상황을 고쳐보겠다는 금융위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합병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3의 기관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 역시 금융위가 합병 과정에서 외부평가기관의 공정성 있는 평가를 위해 '외부평가기관 행위규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내용과 맥락이 유사하다. 

이런 내용은 합병 뿐만 아니라 분할, 주식교환·이전,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등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에 영향이 큰 의사결정에도 일괄 도입한다.

지난달 6일 정책을 발표한 금융위는 한 달만인 이달 5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하면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입법예고안에서 "공시강화와 외부평가 개선이 투자자들의 권익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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