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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를 위한 공시 지양"…밸류업 가이드라인 '자율성' 부각

  • 2024.05.02(목) 14:21

"목표 달성 못해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안돼"
인센티브 미흡 지적에 "일본 대비 지원폭 넓어"

금융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는 기업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다. 지배구조보고서 등 기존 공시가 기업에 어느 정도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것과 비교된다. 자칫 '공시를 위한 공시'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기업가치제고 계획은 상장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미 발생한 사실 중심의 기존 공시와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상장사의 기업가치제고 계획은 '자율공시' 사안으로 강제성이 없다. 이는 2019년부터 자산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차이가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국장은 이에 대해 "기업이 가치제고에 성공하려면 진정성 있게 자기가 처한 상황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립해 시장과 소통하라는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공시를 안하다고 제재를 가하면 기업들이 아무 의미없는 공시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의무화하면) 진정성있게 제대로 공시하는 기업 입장에선 그 가치가 희석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어려워진다"며 "진정성을 강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시를 위한 공시 지양"

금융위는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없다'고 답했다. 박 국장은 "지배구조보고서, ESG 관련 공시도 많이 도입됐지만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공시를 위한 공시는 지양하고 투자자와 시장이 관심있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보고서처럼 공시를 의무화 해 일정 규모 이상은 내게 한다면 의미없는 보고서가 양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문화로 정착해 투자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국장은 "작년 말까지 일본에서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30%가 안됐고, 공시 계획이 있다고 한 기업까지 포함해야 35%였다"며 "그런데 올 3월 말 기준으로 45%까지 확산되고 있다. 선례가 나오며 시장에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성있는 계획이 공시되고 시장 평가가 우수해서 그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문화가 확산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종별·섹터별 특성 고려해 설계

일본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 8%'라는 통일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 역시 자율성과 개별 기업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개별 기업의 사정이나 업종별, 섹터별로 다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예를 들어 금융주는 미국, 일본도  PBR이 1배 이하다. 금융회사의 자산은 대출채권인데, 업사이드는 정해져있는 반면 다운사이드는 상대의 디폴트선언에 따라 상당히 손실이 가해질 수 있어 PBR의 하방압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제고 계획으로 공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미래계획을 공시할 때 전제를 확실히하고 가정 등에서 추후 차이가 있다는 점들을 충분히 설명하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악의적으로 단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위 공시를 하는 것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공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에 제공하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마치 기업들은 하기 싫은데 정부가 억지로 유인하고 있고, 따라서 기업들이 따라오려면 인센티브를 줘야한다고 접근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밸류업 방향에 대해 동의하고 있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국장은 "일본의 경우 일본거래소그룹(JPX) 혼자서 진행했고 인센티브로 제공한 건 지수 개발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관련 논의에 국민연금이 참여하고, 기획재정부에서도 세제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나서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도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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