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골목 상권 침해'로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네이버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재단법인 형태의 상생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네이버와 소상공인연합회 간의 상생 간담회에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 최승재 회장과 이 같은 내용을 합의하고 기구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되는 이 기구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가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수렴하고, 기술적-서비스적 측면에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한다. 아울러 인터넷 생태계 성장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및 조사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 기구는 기존 '위원회'라는 이름의 일회성 조직이 아닌 상설 기구로 운영되며 이를 위해 네이버가 운영비 일체를 지원할 예정이다. 기구 설립을 위해 우선 김 대표와 최 회장 및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3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부터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 네이버와 소상공인 간의 상생 간담회에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왼쪽에서 여섯번째)와 최승재 창준위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 등이 상생기구 설립에 합의했다. |
네이버와 창준위는 빠른 시일 내에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단을 설립해 공식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네이버는 재단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운영에는 최대한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네이버와 창준위 대표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정책개발1본부장과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 김영철 이사장,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신동재 회장 등 네이버의 영향력을 직간접으로 받는 이른바 '을(乙)' 업체들의 단체 수장이 다수 참석했다.
김상헌 대표는 "네이버의 주 수입원인 검색광고는 대기업이 아니라 여기 모인 소상공인들이 광고주"라고 소개하며 "상생을 위한 노력이 추상적이고 소나기 피하는 식의 대책이 아닌 진정성을 담기 위해 재단법인 형태의 기구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간담회를 주도한 최승재 창준위 회장은 "네이버에서 상생안을 내놓은 취지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소상공인과 건전한 온라인 생태계 조성을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상설기구 설치를 환영한다"라며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와 관심을 받았다. 부동산사업협동조합의 권순종 이사장은 김 대표에게 "네이버의 모든 의사결정은 이해진 의장이 내리지만 이 의장이 한번도 공식적 자리에 나와 발표하거나 입장을 내놓는 것을 못봤다"라며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 의장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두해 네이버가 새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의향이 없나"라고 말했다.
이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요구는 이날 간담회를 주도한 창준위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사안이다. 창준위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이해진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네이버와 상생 기구 설립을 위해 합의를 이끌어낸 최 회장은 이 의장 국감 증인 채택을 계속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 기구 설립 건과 별개의 문제"라며 자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