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전은 당사자들과 관련 업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이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요구하고 있어 만약 애플이 삼성전자를 누를 경우 소비자와 시장은 물론 정보기술(IT) 업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 애플, 과도한 특허로열티 주장
2차 소송에서 애플과 삼성이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은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에 20억달러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1차 소송에서 얻어낸 손해배상액(9억2900만달러, 한화 9900억원)보다 2배 많다. 삼성은 이보다 낮은 700만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삼성에 제품 한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1차전에서 요구했던 로열티(한대당 31.14달러)보다 높은 액수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에서도 애플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은 삼성에 전문가 예상치의 10∼20배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애플이 '특허괴물(patent troll)'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허괴물은 터무니없이 많은 손해배상금을 요구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향후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위축하게 만든다. 삼성과 애플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10여개 국가에서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송 비용으로만 1억달러(한화 1066억원) 이상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가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공들이기 보다 소송전에 집중하면서 엉뚱하게 변호사들 배만 불리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자 미국 정부에선 특허소송의 남용을 막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주요 입법자들은 기업들이 쓸데없는 소송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특허개혁법을 지지하고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특허괴물의 무분별한 소송을 제재할 수 있는 행정명령과 입법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미국 하원은 작년 12월 특허괴물 규제법안인 '혁신법'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이 법은 상원에 계류 중이다. 미국 대법원도 삼성과 애플의 이번 특허소송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모바일기기 가격 상승 우려
삼성과 애플의 2차소송전은 판결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애플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가격이 상승하는 ‘애플세’(Apple Tax)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세(稅)란 법원 판결문을 앞세운 애플이 모바일기기 제조사에게 특허사용료를 요구할 경우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해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와 시장에 전가되는 등 세금과 유사하게 될 것이라는 데서 붙인 이름이다. 미국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줄 경우 결국 삼성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약 40달러(한화 4만2000원)를 애플에 지불해야 된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The Hill)'은 애플이 삼성에 대당 40달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그러한 요구는 전례가 없는 것이고 특허 개혁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의 특허시스템을 오염시키는 잘못된 사례"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