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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밴드 vs 카카오 카톡.. '손바닥 게임' 전운

  • 2014.04.10(목) 15:51

'밴드 게임' 21일 정식 오픈..게임플랫폼 진출
파격적 조건 내걸어..라인 업고 해외개척 유리

네이버가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카카오 아성에 도전한다. 폐쇄형 인맥구축서비스(SNS) '밴드'에 게임을 품겠다는 것으로 카카오보다 늦게 참여한 만큼 공격적이다.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밴드에다 '글로벌 4억 가입자'를 확보한 메신저 '라인'을 등에 업고 출발한 것이라 파급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낮은 문턱·저렴한 수수료 내걸어

 

밴드를 운영하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은 '밴드 게임'을 오는 21일 정식 오픈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밴드 게임은 SNS와 게임을 결합한 것으로 '카카오 게임하기'와 비슷하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등 9개 게임업체가 입점할 예정이며, 1차로 10개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입점 업체와 게임 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종만 캠프모바일 공동대표는 "사용자들은 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날 수 있고, 게임사는 적절한 수익을 보상받아 더 재미있는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 오는 21일 공개하는 밴드 게임에는 1차로 아크스피어 등 10개 게임이 입점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실 카카오가 원조다. 카카오가 지난 2012년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게임'이란 컨셉으로 내놓은 게임하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유통 형태로 자리잡았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서비스 초기 시장 규모(제휴 게임사 총 매출)가 1182억원이었으나 지난 1월 기준으로 누적 1조원을 돌파했다. 약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런칭 당시 입점한 게임 수는 10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420여개로 42배 성장했다.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 누적 가입자 수는 각각 2000만명을 돌파했으며, 1000만을 돌파한 게임 수도 6개에 달한다.

 

 

네이버는 후발로 뛰어드는 만큼 카카오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내걸었다. 누구나 입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프로그램 오류나 선정성 등에서 문제될 만한 것이 없다면 별다른 심사를 거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별도의 제휴 페이지를 만들어 개발사들이 자유롭게 등록하게 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소 개발사들 불만 가운데 하나가 플랫폼 사업자가 선택한 게임만 시장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이라며 "밴드는 특정 업체를 우대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린 정책으로 게임을 공급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작년 8월부터 이른바 '무심사' 제도를 내걸고 진입 문턱을 낮춘 바 있다. 다만 누적 매출 1억 이상을 달성한 카카오게임 하나당 1회의 무심사 입점 기회를 주는 등 일부 제한을 두고 있다.

 

밴드의 가파른 성장세도 개발사 구미를 당기고 있다. 밴드는 지난 2012년 8월 선보인 이후 지난해말 2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올들어 다운로드 수가 더욱 늘면서 3월 현재 2900만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만 2400만명 사용자를 확보했고 매주 1200만명, 매일 600만명이 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밴드는 개발사에 받는 일종의 '자릿세'도 카카오보다 낮췄다. 보통 개발사가 카카오에 게임을 입점하고 수익을 내면 1차 유통 플랫폼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30%의 수수료를 떼주고 추가로 30%를 2차 플랫폼인 카카오에 지불한다. 플랫폼 사업자와 개발사가 3대 7로 수익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게임에서 1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구글·애플이 30억원(30%), 카카오가 21억원(21%)을 각각 가져가고 개발사 몫은 나머지 49%가 된다.  

▲ 카카오 게임하기(왼쪽)와 밴드게임의 수익구조.

 

이에 비해 밴드는 카카오(30%)보다 낮은 20% 수수료를 제시했다. 게임사 입장에서 보면 밴드를 통해 얻는 수익은 전체의 56%로 카카오(49%)보다 높다. 만약 개발사가 1차 유통 플랫폼을 구글·애플 대신 '네이버 앱스토어'를 선택할 경우, 가져가는 수익은 이보다 더 큰 전체의 64%가 된다.

 

네이버 밴드가 카카오보다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플랫폼 업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예고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보통 하나의 게임에 개발사 외에도 다수의 퍼블리셔와 채널링 사업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며 "근본적으로 지금의 복잡한 게임 유통 구조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밴드, 구매력 높은 40대 많아"..게임 사업에 유리

 

개발사는 카카오 말고도 플랫폼 사업자가 새로 추가된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플랫폼이 확대되는 만큼 유통 채널이 많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끼리 경쟁하면 수수료가 더욱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후발 사업자가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나올 수 밖에 없어 개발사 입장에서 여러모로 이점"이라며 "각 플랫폼 특색에 맞춰 게임 장르도 다양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가에선 밴드가 폐쇄형 SNS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게임을 접목할 경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밴드는 경쟁 서비스 '카카오스토리'에 비해 늦게 출발했음에도 동아리나 동호회 같은 모임의 소통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에서 빠르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연과 학연, 동호회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용자 충성도가 카카오보다 높다. 사용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40~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밴드 게임은 카카오게임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구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용자간 친밀도와 충성도가 높고 애니팡 신화를 촉발시킨 30대 이상 가입자가 밴드 이용자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폐쇄형 서비스의 특성을 살린 게임이 밴드를 통해 나올 경우 반향이 클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예를 들어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케주얼 게임으로 동호회나 출신학교별 대항전 성격의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밴드는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개발사 입장에선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기반인 카카오톡은(가입자 1억4000만)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진 반면,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강세를 보이는 라인(4억명)은 확장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이 먼저 시장을 개척하면 밴드가 따라가 서비스를 벌려 놓는 구조"라고 소개하면서 "싸이월드 같은 기존 폐쇄형 SNS는 타겟 마케팅을 쉽게 도입하지 못했으나 밴드 게임의 경우 PPL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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