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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싸이월드, 동생이 恨 풀어준다

  • 2014.04.21(월) 09:30

사진앱 '싸이메라' 8000만 다운 돌파
입소문만으로 성과..SNS로 전환 '관심'

한때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는 유독 해외에서 약했다. 한창 잘 나가던 지난 2005년 일본을 중심으로 6개국에 현지 법인을 만들어 바깥으로 나가려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에도 몇차례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후발 주자인 페이스북이 글로벌 무대에서 펄펄 날 때 싸이월드는 좁은 울타리 속에 머물다 성장 동력을 잃었다. 결국 '몰락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지금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싸이월드가 이루지 못한 '글로벌 성공의 한'을 아우가 풀어줄 수 있을까.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사진 앱 '싸이메라'의 흥행 돌풍이 심상치 않다. 싸이메라는 최근 8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올 상반기 1억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첫선을 보인 싸이메라는 2년만에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다. 다운로드 수를 국가별로 집계하면 브라질이 800만건으로 1위다. 포토 그리드(Photo Grid)나 픽스아트(PicsArt) 등 쟁쟁한 경쟁 앱들을 제치고 '브라질 국민 사진앱'으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싸이메라는 8개국어로 번역돼 해외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싸이메라는 브라질 앱스토어 사진앱 부문에서 6개월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거둔 것이라 의미가 있다. 싸이메라를 운영하는 SK컴즈는 작년 4분기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분기째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이 지속되자 지난 8일에는 싸이월드를 사원주주 벤처회사로 분리 독립시켰다.

 

싸이메라는 제대로된 지원을 못 받고 컸다. SK컴즈 내에서 싸이메라를 담당하는 인력은 30명에도 못 미치는 적은 규모다. 자식 같은 싸이월드에 '제 살길 찾으라'며 내보낼 정도니 집안 살림이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알 수 있다.

 

싸이메라 흥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컴즈는 내달 싸이메라에 SNS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싸이메라는 단순한 사진앱에 불과했다. 사진을 꾸미는 편집이나 촬영할 때 필터 효과 기능 정도만 제공됐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싸이메라를 설치해 사용하면 끝났다.

 

SNS가 도입된다는 것은 싸이메라가 사진을 중심으로 지인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따로 올릴 필요없이 싸이메라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측은 싸이메라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것을 감안해 이들이 회원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원 규모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확대되면 광고를 붙이거나 스티커 같은 유료 콘텐츠를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메신저 역시 서비스 초기엔 버는 것 없이 비용만 투입되는 구조였으나 가입자가 어느 정도 쌓이자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싸이메라를 둘러싼 서비스 환경도 긍정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셀피(Selfie)'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기 때문이다. 셀피는 일명 '셀프 카메라(셀카)'라는 콩글리쉬의 올바른 영어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나 미국 백악관에서 자사폰을 이용한 셀피 마케팅으로 짭잘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지면서 셀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SK컴즈 내에서는 싸이메라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싸이메라가 성공해 '싸이월드의 글로벌 실패'로 인한 상처도 씻어내길 염원하고 있다. SK컴즈 관계자는 "PC 기반 싸이월드와 달리 앱은 해외 진입 장벽이 낮아 영역 확대에 유리하다"라며 "마침 세계적으로 셀피 바람이 불고 있어 사진앱에 특화된 싸이메라 인기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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