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시달리던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행을 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재개하며 회생의 길을 마련한 듯 보였으나, 주요 매출처인 이동통신사들이 제품 구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돈줄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팬택은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법원은 팬텍이 제출한 신청서와 관련자료를 심사해 회생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팬택은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한 것에 대해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오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있어 이해 관계자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기업회생과정 중에서도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팬택은 또한 이동통신 3사와 대리점에 이준우 대표 명의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공문에서 팬택은 "지난달 24일 이통사들이 1530억원의 채권을 2년간 유예해 주고, 채권단 또한 출자전환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을 가결해 줘서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다만 공급 재개 협의가 진전되지 않고 추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지해 준 대표이사와 여러분들의 도움에도 좋은 결과를 드리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무릎 꿇고 사죄한다"며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함에 있어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다. 팬택 제품을 구입하는 1차 소비자이자 주요 매출처인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6월부터 단말기를 한대도 사주지 않으면서 당장 돈 들어올 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팬택으로부터 받아야할 채무를 2년간 연기해주기로 했지만 팬택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구매 요청은 거부하고 있다.
팬택은 물건이 팔리지 않자 현금도 고갈됐다. 회사 운영비는 물론 협력업체에 부품대금으로 지급할 여유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팬택은 지난 달에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무를 연채했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협력업체에 지불해야할 200억원 대금을 못주고 있다. 빚만 늘어나는 지금의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선 법정관리 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제 팬택 운명은 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1주일 안에 채권채무 관계를 모두 동결하고 한달 안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수용할지를 결정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인을 선임하고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만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하면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팬택 채권단 실사에서 팬택은 계속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산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채권단이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팬택이 이통사들에 매달 일정 물량을 공급한다는 단서를 달아놨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팬택의 출자전환 얘기가 본격화된 지난 6월부터 단말기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창고에 쌓아 놓은 재고가 많아 추가로 주문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기업에 매각되는 방안도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업체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팬택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경우 국내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될 전망이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기업의 모든 상거래 채권이 감면되기 때문에 부품을 공급해온 협력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팬택의 협력업체는 550여곳이며 대다수는 영세 업체라 자칫 줄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