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모바일메신저 '라인'이 일본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할 만큼 가입자 수(일본만 5200만명)가 많아, 모바일메신저와 전자상거래 간의 결합이 어떤 파급력을 미칠 지 현지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전자결제 사업을 준비하는 만큼 한일(韓日) 대표 메신저들의 각기 다른 영역 확장 전략도 눈여겨 볼 만하다.
28일 네이버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라인을 운영하는 일본 라인주식회사는 전날(27일) 전략 발표회를 열고 '라인몰'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라인몰은 작년 12월에 일본에 도입한 모바일 오픈마켓이다. 오픈마켓이란 전문 판매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상품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말한다. 매매가 체결되면 판매자는 플랫폼 사업자인 라인측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어주는데 라인은 지난 3월부터 수수료를 안받기로 했다.
라인몰은 라인과 별도로 운영되는 앱으로, 별 다른 광고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2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일본 라인은 그동안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픈마켓 사업을 벌였으나 앞으로는 대기업들도 물건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판을 벌렸다.
이를 위해 28일부터 '라인그룹'이라는 일종의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라인그룹은 라인몰을 통해 지인들과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하는 서비스다. 그루폰이나 티켓몬스터,쿠팡 등이 하고 있는 소셜커머스를 모바일메신저에 접목한 것이다. 서비스 초반에 다루는 품목은 생수나 과자류에 한정되나 앞으로는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제조사 및 유통사들과 협의 중이다.
라인몰은 라인그룹 외 지인에게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라인기프트'와 농산물 직거래 '라인마르쉐', 의류 잡화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라인셀렉트' 등을 연내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외 개인이 손으로 만든 제품 가운데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은 품목을 라인이 지원해 양산하는 '라인제작자 즈모루'란 서비스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라인몰은 개인 이용자와 달리 기업에는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라인은 라인몰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게임에 이어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소매 유통 시장이 성장 한계에 이르렀으나 전자상거래 시장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도 10조엔(한화 97조원) 규모였던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는 2018년도에 2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라인몰이 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라쿠텐과 아마존 재팬, 야후재팬 등 일본 메이저 쇼핑몰이 장악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야후재팬은 작년 1월부터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입점료 및 판매 수수료를 안받기로 했다. 대신 광고로 돈을 버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이에 라쿠텐은 고급 제품을 취급하는 프리미엄몰로 승부를 걸고 있고 아마존재팬도 당일 배송 등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
라인이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전자결제 분야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BC·신한·KB국민 등 9개 카드사와 손잡고 내달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울러 국민은행 등 15개 은행과 손잡고 카카오톡으로 소액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뱅크월렛 카카오'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라인은 자체 결제 수단을 만들기 보다 외부 업체 것을 끌어다 쓰고 있다.
카카오도 쇼핑몰 형태의 '선물하기'란 서비스로 이미 전자상거래 사업에 손을 댔으나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체 전자결제 수단을 마련한 이후 이를 쇼핑몰에 적용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서비스 초기 커피나 도넛 같은 먹거리 쿠폰이나 공연티켓 등을 주로 다뤘으나 최근에는 도서나 의류에서부터 식품, 액세서리, 주방용품 등으로 넓히고 있다. 작년말부터 주요 백화점과 편의점이 입점하면서 취급하는 상품 종류와 수도 급격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