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성장세가 요즘 말로 '어마무시'하다. 2010년 창립한 샤오미는 작년에 자국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더니 올 2분기에는 삼성전자마저 따라잡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샤오미를 남의 제품이나 모방할 줄 아는 그저 그런 '짝퉁' 기업으로 여기던 관련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에서 3부작에 걸쳐 샤오미 등 중국 특집물을 방영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다. 샤오미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경쟁력을 3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지금의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사업 초기에는 남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으나 샤오미 경우는 유별나다. 이 회사는 대놓고 베낀다. 3년 전 애플 아이폰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스마트폰 'Mi-1'을 내놓은 것은 애교였다. 당시 레이 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발표 행사에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를 흉내낸다 해서 '레이잡스'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샤오미는 한때 '짝퉁 애플'이란 비아냥을 들었으나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중국 내에서 샤오미 제품을 따라하는 '짝퉁의 짝퉁' 제조사들이 나올 정도다. 단기간에 샤오미가 급부상한 것은 그만큼 남의 좋은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제대로 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잡스식 발상에 아마존 사업모델 적용
레이 쥔 CEO는 잡스 추종자답게 색다른 발상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고가폰 시장에 100달러대 저가폰을 내놓으며 틈새를 노린 것. 애플의 디자인을 따라하고 삼성전자 못지않은 사양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가격은 이들의 반값에 못 미치게 책정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 소비자들을 파고들면서 샤오미 브랜드에 젊고 역동적이라는 이미지를 씌웠다.
애플만 따라한 게 아니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마존과 닮았다. 미국 최대 쇼핑몰 아마존은 전자책을 비롯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대신 여기에 제공하는 도서나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이윤을 남긴다.
▲ 샤오미의 자체 플랫폼인 `MIUI`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변형한 것으로, 아이콘의 모양과 색상조합 등 전반적인 디자인은 애플 iOS를 떠올리게 한다. |
샤오미도 제품 자체보다 게임이나 앱 장터 등을 통해 돈을 버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샤오미가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은 1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보다 올해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자국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샤오미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변형해 만든 'MIUI'란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를 폰이나 태블릿PC, TV 등 다양한 단말기에 심어 놓고 판매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했듯이 샤오미도 자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판매·생산 방식은 델·도요타 모방
샤오미의 판매 시스템은 델 컴퓨터의 '주문생산(Build to order)'을 떠오르게 한다. 델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혁신적인 유통구조를 도입, 일약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로 떠올랐던 곳이다. 샤오미가 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맥구축서비스(SNS)에 제품을 미리 올려보고 소비자들의 호응 정도를 살펴본 이후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제품이나 단말기 재고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 지난해 8월 샤오미에 영입된 휴고 바라 글로벌사업부 부사장은 구글에서 안드로이드팀을 이끌던 핵심 인력이었다. 휴고 바라 부사장이 중국 샤오미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가 들썩이기도 했다.(사진=휴고 바라 개인 SNS) |
도요타 등 일본 제조업 고유의 생산 방식인 `적시생산시스템(Just in Time)`도 참조했다. 이 방식은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받은 부품을 곧바로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다. 샤오미는 이를 벤치마킹해 중복되는 물류 시스템 라인을 줄이고 소규모 재고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변국인 태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아 홍콩 항구를 이용해 중국 선전 공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샤오미가 외부 사업 모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핵심 인력 상당수가 글로벌 IT기업 출신으로 포진됐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 빈 린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구글에서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로 일했고, 지난해 합류한 휴고 바라 글로벌사업부 부사장 역시 구글 출신이다. 이외에도 주요 기술진 가운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토로라 출신들이 섞여 있다.
관련 업계에선 샤오미의 경쟁력으로 모방력을 꼽고 있다. 이미 성공한 사업 모델을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샤오미는 창조적 모방 전략을 통해 사업 초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모델 정착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