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스마트 기기를 쓰는 '세컨드 디바이스' 사용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한때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던 태블릿PC는 인기를 잃어가고 있으나, 스마트워치 등 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뜨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성장 정체 통신사의 새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반면, 소비자 측면에서의 가계 통신비 부담은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화 상태 통신시장, 돌파구로 떠오르는 IoT
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 건수는 6010만여 건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두 개 이상의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쓰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휴대전화기 가입 건수는 5427만여 건으로 지난 2014년 말보다 142만여 건 증가했고, IoT 가입회선 건수는 482만여 건으로 같은 기간 136만여 건 늘어났다. 시장 규모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IoT 기기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IoT 가입 회선 수는 ▲차량관제(위치기반 서비스 및 텔레메틱스) ▲원격관제(시설물 감시 및 원격검침) ▲무선결제(카드결제) ▲태블릿PC(아이패드, 갤럭시탭) ▲웨어러블(스마트워치) ▲기타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성장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항목은 웨어러블이다. 특히 지난 2014년 5만여 건에 불과했던 웨어러블 가입회선은 현재 61만여 건에 달한다. 이 기간 태블릿PC가 57만여 건에서 56만여 건으로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과 대조적이다.
◇ IoT, 통신사 ARPU 하락…소비자 부담도 우려
다만 웨어러블 기기 등 IoT 시장의 성장은 통신사들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감소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oT는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가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ARPU는 통신사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주 쓰인다.
최근 통신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황근주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에 대해 "IoT 가입자가 늘면서 ARPU 감소 요인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통신 가입자의 평균 ARPU는 3만6000원이지만, 세컨드 디바이스는 9500원 수준으로 매우 낮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그러나 ARPU 하락을 신경 쓰기 보다는, IoT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외형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IoT 대중화를 이끌어 생태계를 일단 조성하면 수익성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따라온다는 계산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는 "올해 홈 IoT 가입자를 50만 가구까지 달성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이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건설사 등 이종 산업과의 사업을 구체화하고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IoT 사업을 B2B(기업 간 거래), B2G로 확대하는 대동소이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의 IoT 대량 공급이 이뤄진 아파트나 공공기관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IoT 서비스에 대한 직간접적 과금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평균 통신비는 지난 1분기 기준 14만5500원에 달하는데, 연간 174만6000원을 통신비로 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