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다. 두 업체 모두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금융과 콘텐츠 부문에 공통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검색으로 출발해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는 구글과 비슷한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 네이버, 선제적·과감해진 투자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연결 영업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8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네이버는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을 늘리면서 이미 지난해 1분기 영업비용이 7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영업비용이 5분기만에 1000억원 더 늘어나는 셈인데 비용 규모는 매분기 증가 추세다.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간편결제를 키우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투자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제 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올 들어 그림 렌탈 판매 업체를 비롯해 음성인식 개발과 사물인터넷(IoT), 음원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상반기 지분투자 및 M&A 활동은 공개된 것만 총 10건에 달한다. 최근 행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과 금융, 콘텐츠 부문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달에 글로벌 유력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한데 이어 이달에는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 스타트업 기업인 컴퍼니 AI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올해 초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음성인식기술 기업인 사운드하운드와 미국 인공지능 기반 음성변조 기술 스타트업 오벤에 지분투자하기도 했다. 관련 기술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다.
주력인 인터넷 서비스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금융 분야로도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엔 미래에셋금융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상호 취득키로 했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과 미래에셋의 금융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역시 네이버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네이버는 역량있는 창작자와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3월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한 K-POP 콘텐츠를 자사 모바일 플랫폼에 탑재해 세계 한류팬들에게 소개하며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 카카오, 통 큰 투자로 먹거리 확보
카카오 또한 다방면에 걸쳐 투자와 M&A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 개발부터 외식배달주문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금융·콘텐츠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올 2월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례적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아 직접 경영을 챙기는 것이라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아울러 카카오 투자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서도 인공지능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하기 위해 2015년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넷마블게임즈 등과 카카오뱅크란 컨소시엄을 꾸렸는데 올 3분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앞서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가 석달만에 수신 6200억원, 여신 5700억원을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어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 외 카카오는 지난해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 운영사 로엔을 2조원 가까운 금액을 쏟아부어 인수하는 등 콘텐츠 분야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투자를 벌이고 있다. 특히 로엔 인수는 조 단위의 뭉치돈이 거래된 것이어서 인터넷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카카오는 음악 콘텐츠 뿐만 아니라 게임과 요즘 뜨고 있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를 육성하기 위해 각각 와이디온라인과 오스카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분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게임 사업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지난 5월 인터넷 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카카오게임즈홀딩스란 게임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향후 기업공개(IPO)를 대비하기 위한 계열 재편을 추진하기도 했다.
◇ 구글式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활동은 구글 등 글로벌 주요 인터넷 기업들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색으로 출발한 구글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지금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사업 초기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 역할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자체 기술과 콘텐츠 확보를 통해 이용자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용자가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고 최대한 자사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다.
시장 요구에 가장 빠르고 확실한 대응 방법이 M&A다. 실제로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은 진공청소기처럼 크고 작은 업체들을 빨아들이며 성장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몸집이 크게 불어났는데 지난 2015년 사명을 지금의 알파벳으로 바꾸고 검색과 광고를 비롯한 핵심 사업들을 자회사로 떼어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구글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개발한 웹검색 기술을 무기로 동영상(유튜브)과 모바일 운영체제(안드로이드) 시장을 장악한데 이어 현재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홈·헬스케어 등 미래 유망 사업에 손을 뻗은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각각 검색과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쇼핑과 O2O(Online to Offline), 콘텐츠, 핀테크 등 각 영역에서 도드라지게 성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핵심 서비스를 자회사로 분사해 투자 유치 및 전략적 제휴에 활용하거나 기업공개(IPO)에 대비하고 있다.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불어난 덩치를 자회사 분할 등 세포분열로 정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산업에서 사업부문의 분사는 개별 자회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네이버, 카카오의 기존 플랫폼이 이용자와 이용자, 기업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사업모델이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공자의 역할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