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망중립성, 美 폐지해도 韓 유지한다"

  • 2017.12.14(목) 11:32

과기정통부, 망중립성 정책유지 입장밝혀
'5G대비 vs ICT혁신제한'…업계이해 엇갈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할 전망이지만, 한국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통신망·콘텐츠 사업자의 이해 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美 망중립성 폐기할 듯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FCC는 14일(현지시간) 망중립성 원칙 폐기와 관련한 표결을 진행한다. 5명의 FCC 위원 중 아짓 파이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화당 추천 인사여서 폐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망중립성 원칙은 통신사 등 망 사업자가 자사망을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정책이다.

 

미국은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이 원칙을 지켰으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대규모 통신망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이 폐기의 명분이지만, 친 민주당 성향을 보이고 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을 압박하는 차원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망중립성을 법제화했으나,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해 미국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의 결정이 자국 글로벌 사업자의 발목을 잡게 되는 셈이다.

 

 

◇ 韓정부 "망중립성 원칙 유지한다"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 방향성은 한국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미국의 ICT 정책이 우리보다 앞서간다는 측면에서 벤치마킹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 관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망 중립성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국 정부의 결정과 관련 큰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 정부가 바뀌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당장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에 따른 미국 내 변화가 얼마나 큰지,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망 사업자가 특정 콘텐츠의 데이터 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Zero Rating)에 대해선 사전적으로 규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제로레이팅은 망 중립성이 완화될 경우 부각될 가능성이 큰 문제다.

 

송 과장은 "시장의 발전 정도를 지켜보자는 관점에서 비차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라면 사전 규제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등에 대해선 사후적으로 규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이해 관계자들

 

한국 정부는 이처럼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는 방침을 확인했지만, 망-콘텐츠 등 관련 사업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통신사들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지만 망을 사용하는 부담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초고속·초저지연이 특징인 5세대 이동통신망인 5G부터는 4G 때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이란 점도 내세우고 있다.

 

트래픽이 더욱 증가해 망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과 함께 기술적 차이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론 하나의 망이지만 다수의 망처럼 동작 가능한 '네트워크 슬라이스' 망이 이용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우대하면 망중립성 원칙을 위배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망과 서비스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잣대라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의 몸집도 커지고 수익도 많은데,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계속 있었다"며 "5G는 망을 차등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를 적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자가 쓰는 경우 망을 차별적으로 이용하게 되므로 시대 변화에 맞는 망 중립성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신사가 콘텐츠 압축 기술 수준을 높여 자사 서비스의 데이터 이용량을 축소해주는 방안과 같이 이용자 혜택을 확대하는 경우에도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통신사의 차별 행위가 관련 산업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일정 수준의 분담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의 경우 작년 망 사용료는 734억원이었다.
 

방송통위원원회가 지난 13일 인터넷·콘텐츠 사업자 대표를 상대로 개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임지훈 카카오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대욱 MCN협회 사무총장 등 콘텐츠 기업 대표들은 "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콘텐츠에 부당한 혜택을 주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시장감시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 원칙은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될 수 있는 인터넷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근간"이라며 "섣부른 망중립성의 완화나 폐지는 그동안 한국 인터넷 산업이 일궈온 혁신의 가치와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고,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