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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무한도전 LG폰' 배경 살펴보니

  • 2018.08.01(수) 15:18

백색가전 고급화 전략, 스마트폰에도 적용
브랜드이미지 제고·과거 명성 찾을지 관심

한때 '휴대폰 명가' 소리를 듣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올 2분기에도 휴대폰 사업을 이끄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부문이 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무려 1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휴대폰 사업이 최근 매분기 1000억~3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다른 사업 부문(HE·HA)의 영업이익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실적 면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여년전만 해도 '초콜릿폰' 등으로 흥행 신화를 썼던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다른 부문의 성과를 받쳐주지 못할 망정 민폐를 끼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려한 백조에서 미운오리 새끼 신세를 오가는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지켜보면 "참 파란만장한 길을 걷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LG전자가 MC 부문을 접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합니다. 그만큼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죠. 
   
이 와중에 최근 LG전자는 200만원 상당의 럭셔리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선 마당에 극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폰을 선보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다소 엉뚱해 보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LG 시그니처 에디션'이라는 프리미엄폰은 기존 전략폰 V35를 뼈대로 만들었습니다. 칩셋과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핵심 부품을 최신·최고로 했으며 오디오 명품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음질을 튜닝하기도 했습니다. 이통사 대리점을 거치지 않는 자급제 전용으로 출시하며 300대 한정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제품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 제품은 VVIP 고객을 대상으로한 만큼 최고의 기술력과 차별화한 애프터서비스(AS)를 특징으로 하는데요. 제품 뒷면 가죽 지갑형 케이스에 고객 이름을 새겨준다거나 전담 AS 상담요원을 배치하는 것 등이 눈길을 끕니다. 
  
LG전자가 시그니처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고가폰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말에도 명품 시계 등에 쓰이는 지르코늄 세라믹 소재를 적용한 고가폰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작년 말은 MC부문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7000억원을 웃돌 정도로 대규모 적자를 낸 상황이라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욱 안좋은 시기였는데요. 그럼에도 삼성전자나 애플 등 다른 제조사들이 시도조차 안해본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유일하게 채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왜 LG전자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는 것일까요. 우선 제품명에 갑자기 끼어든 'LG 시그니처’의 정체에 관심이 모입니다. LG전자는 디자인과 기술의 정수를 담았다는 의미에서 '시그니처(SIGNATURE)’란 고급 브랜드를 지난 2016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LG전자는 당시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이 브랜드를 적용한 럭셔리 가전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자 웬만한 차별화가 없으면 중국을 제치기 어렵다고 판단, 초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요.


LG전자는 TV를 비롯해 세탁기와 냉장고, 건조기, 심지어 청소기에도 명품 전략을 밀고 나갔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영국 다이슨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무선청소기 시장만 해도 핸드스틱 방식은 일반 무선청소기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지만 높은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성능과 우수한 디자인으로 집안 분위기를 변화 시켜준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대부분 가전에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는데요.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의 근간이 되는 제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주방과 거실 공간에서 돋보일만한 최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한 덕에 관련 사업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LG전자 연결 매출(30조원)과 영업이익(1.9조원)은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러한 기세를 몰아 휴대폰 사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일부 모델을 최고급 한정판으로 제작하고 럭셔리 브랜드를 적용해 오피니언 리더나 얼리 어댑터 등의 VVIP 고객에게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LG전자는 앞서 피처폰(일반폰) 시절에도 패션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손잡고 프라다폰을 내놓으면서 이미지 제고에 나선 바 있습니다. 당시 LG전자는 초콜릿폰과 샤인폰, 쿠키폰 등으로 'LG폰=디자인'이란 인식을 심어주며 한창 잘나가던 시기였는데요.

 
지금은 백색가전 제품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시그니처란 자체 브랜드의 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자체 브랜드의 영향력을 살려 휴대폰 사업에 기를 불어 넣어 주겠다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G7이나 V30 등 주력 스마트폰이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마치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비운의 삶을 사는 고소설 주인공의 운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모릅니다. 귀인의 도움을 받아 비범한 능력을 얻는 영웅처럼 시그니처 브랜드의 후광을 입은 LG폰도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을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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