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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CJ대한통운의 '로망'

  • 2018.08.07(화) 10:08

獨 슈넬레케 매물로…인수전 참여할 듯
오랜 숙원 유럽진출 가능…실탄이 관건

 
'로망'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흔히 '동경 또는 선망의 대상,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로망이 있습니다. 로망을 가지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똑같습니다. 기업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어쩌면 로망에 대한 간절함이 개인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CJ대한통운도 오랜 로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럽 진출'입니다. CJ대한통운은 오래전부터 물류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을 모색해왔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유럽 진출이 필수입니다. 그곳에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며 성장해야 합니다.

그동안 CJ대한통운은 지속적으로 M&A를 진행해왔습니다. 해외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11건의 M&A를 통해 현지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를 통해 작년까지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중동까지 물류영토를 넓혔습니다.

올해부터는 시선을 좀 더 멀리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페스코와 MOU를 맺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한 유럽시장 진출의 길을 열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DSC 로지스틱스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유럽 진출입니다. CJ대한통운의 오랜 로망입니다.

물론 러시아 페스코와의 MOU를 통한 유럽 진출의 길은 이미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간접적인 진출입니다. CJ대한통운이 원하는 유럽 진출은 현지에 직접 진출하는 겁니다. 그동안 CJ대한통운의 해외 시장 확장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유럽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유럽 진출의 길을 모색해왔던 CJ대한통운에 최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독일 물류기업인 슈넬레케 그룹(Schnellecke Group)이 매물로 나온 겁니다. 슈넬레케 그룹은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대형 물류업체입니다.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CJ대한통운엔 희소식입니다.

업계 등에서는 CJ대한통운이 슈넬레케 그룹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물류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최근 인수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슈넬레케 그룹 인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슈넬레케 그룹 인수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입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슈넬레케 그룹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CJ대한통운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좀 앞서 나간 이야기"라며 "유럽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슈넬레케 그룹 인수전에 반드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당연히 관심이 있다"면서 "하지만 인수전 참여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운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수 자문사 선정도 "혹시 모를 인수전 참여 결정 등에 대비해 정보를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업계는 이미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서는 슈넬레케 그룹의 가격을 약 1조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CJ대한통운이 그동안 1조원 규모의 M&A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중국의 룽칭물류(현 CJ로킨) 인수였는데 이때 규모가 5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즉 경험은 많으나 큰 딜에서 경험은 부족한 셈입니다.

현재 슈넬레케 그룹 인수에는 글로벌 물류업체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일 CJ대한통운이 이번 딜에 뛰어든다면 결국에는 실탄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CJ대한통운이 이번 딜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재무구조상 가용 현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외부에서 실탄을 채워야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으로는 외부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이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이 그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왔던 만큼 자금 조달에는 큰 우려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재무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룽칭물류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FI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CJ대한통운에게 유럽 시장은 마지막 퍼즐입니다. 지금까지의 공격적인 M&A가 궁극적으로 유럽에 가기 위한 길을 닦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CJ대한통운이 손사래를 치고 있음에도 불구 이번 슈넬레케 그룹 인수전에 CJ대한통운이 뛰어들 것으로 보는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연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전을 통해 마지막 퍼즐을 끼울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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