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강자' 구글이 한국 시장에 내놓은 '구글 홈(Google Home)' 스피커를 써보니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비교적 정확한 음성인식이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상의 방대한 정보와 구글 자체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활용한 답변이 돋보였다. 유튜브의 풍부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은 차별화로 꼽을만 했다.
구글홈은 구글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하는 AI 스피커다. 원통형의 구글홈이 지난 2016년 10월 출시되었고 조약돌 모양의 구글홈 미니는 작년 10월 후속으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4월 국립전파연구원의 전파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달 18일부터 구글스토어 사이트나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글홈은 스마트폰 상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듯 거실에서 음성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제품이다. "OK 구글"이나 "Hey 구글"이라는 명령어를 먼저 말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이 내놓은 AI 스피커 제품과 사용법이 거의 비슷하다.
구글홈은 인공지능 분야의 선도 기업인 구글이 내놓은 제품답게 정확한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작동했다. 소형 버전인 구글홈 미니를 시작하면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해 각자가 활용할 수 있는 '보이스 매치'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OK 구글"과 "헤이 구글"이란 말을 몇차례 따라하면 쉽게 목소리를 등록할 수 있다.
유아의 목소리를 등록해봤다. 보통 AI 스피커는 어린 아이의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구글홈 미니는 유아 목소리를 비교적 잘 알아 들었다. 아이가 "OK 구글.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니 곧바로 인식하고 그날 날씨를 설명해줬다. 웬만한 질의를 다 받아들였다.
성인의 목소리도 무리없이 알아들었다. 다소 시끄러운 상태에서도 목소리를 분간했다. 하지만 TV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음성 명령으로 착각하는 등 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때마침 TV에서 구글홈 광고가 틀어져 있었는데 CF 상에서 "OK 구글"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반응하기도 했다.
구글홈의 보이스 매치는 제품 1대당 최대 6명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각각의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고 한다. 만약 구글 계정을 각자 연동해 놓으면 하루 일정이나 선택한 매체의 뉴스 브리핑 등 개인화된 정보를 받아 본다는 것이다. 이 기능까지 응용해 보지 못했으나 스피커 한 대가 여러명의 안드로이드 기기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구글홈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두가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다중언어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두개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어 교육을 위해 구글홈을 활용하고자 하는 가정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7개 언어가 제공된다. 보이스 매치나 다중언어는 국내 AI 스피커 제품이 아직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앞선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문맥을 잘 알아듣고 정확한 답변을 찾아줬다. "한가위가 뭐야?"라고 묻자 "음력 8월15일 중추절"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위키백과를 인용하면서 "기계로부터 만들어진 지능"이라고 척척 답했다. 다만 올해 추석 연휴가 언제냐는 질문에는 대체공휴일(8월26일)을 제외한 "8월 23일 일요일부터 시작해 25일 화요일에 끝난다"라고 말하는 등 다소 미흡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음악 감상 기능은 차별화 포인트다. 구글홈은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의 프리미엄 멤버십'을 통해 음악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 가요를 비롯해 팝 음악까지 멜론이나 벅스 등에서 제공하는 웬만한 음원이 제공된다. 좋아하는 가수가 유튜브에 별도로 올린 라이브 음악 등도 찾아 들을 수 있다. "OK 구글. 블랙핑크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니 해당 아이돌 가수의 히트곡만을 모아 놓은 채널을 찾아 틀어줬다.
흥미로운 것은 유튜브 유료 서비스를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간단한 동의만으로 곧바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처음에 가입하면 15일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연장하면 요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유료 서비스를 맛보기로 이용해 봤는데 풍부한 콘텐츠와 끊김없는 선곡 등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구글홈은 벅스와 연동해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굳이 다른 유료 음악 사이트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구글홈 미니를 며칠 사용해보니 대부분 음악 감상 기능을 많이 썼다. 다만 구글홈 미니는 소형 버전임에도 휴대성이 떨어졌다. 충전이 되지 않아 항상 전원 콘서트를 연결해야 작동했다. 사이즈가 작고 아담했으나 정작 휴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