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디스플레이(화면) 탑재형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른바 '보이는 AI 스피커'는 기존 스피커가 구현하는 음성 위주의 소통을 시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이, 국내에선 SK텔레콤이 최근 선보이고 있다.
국내 IPTV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KT는 IPTV 셋톱박스 탑재형으로 '보이는 AI 스피커'를 내놓고 대규모 가입자 확보에 나서는 한편 AI가 부모의 음성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킬러 콘텐츠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 KT, AI TV '기가지니 테이블TV' 공개
KT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IPTV 셋톱박스에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AI TV '기가지니 테이블TV'를 내달 2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가지니 테이블TV는 태블릿PC와 비슷한 11.6인치 디스플레이에 유선랜 없이 와이파이(Wi-Fi) 연결만으로 이용이 가능해 이동성을 높였다. 전원만 연결되면 침실과 주방, 서재 등 집안 어디서나 TV를 즐길 수 있는 개인화 디바이스로도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T의 IPTV 브랜드 '올레tv'의 모든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 비디오(VOD)를 즐길 수 있으며, 홈 IoT(사물인터넷) 제어와 지니뮤직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날씨 확인, 스케줄 관리 등 홈비서 기능과 함께 어린이, 교육, 요리,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존 기가지니와 같이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스피커를 탑재하고, 채널 스테레오 사운드로 풍부한 음량도 제공한다.
특히 개인화 음성합성(P-TTS, Personalized-Text To Speech) 기술로 기가지니가 부모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내 목소리 동화'도 선보인다.
예를 들어 30분에 걸쳐 300개의 샘플 문장만 녹음하면 인공지능이 발화 패턴과 억양을 학습해 추가로 녹음할 필요 없이 부모의 목소리로 구현된 동화책 읽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KT는 초기 300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이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동화책 서비스도 준비했다. 5월 중 출시하는 '핑크퐁 이야기극장'은 동화를 읽다가 아이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멀티 엔딩 동화서비스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내세워 미래 소비 세대로 꼽히는 어린이 소비자를 자사 AI 고객으로 이끌겠다는 목표다.
◇ "200만 가입자 돌파 목표"…자신감 근거는?
이날 KT는 자사가 2017년 내놓은 AI 서비스 기가지니 가입자가 165만 가구를 넘어섰다며, 올해 3분기 내 가입자 200만 달성을 자신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가입자 확보가 가능했던 배경은 KT가 타사와 달리 IPTV 셋톱박스와 AI 스피커를 결합한 형태로 제품을 내놨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내놓은 기가지니 테이블TV 역시 IPTV 셋톱박스에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컨대 KT는 이미 확보한 자사 IPTV 가입자를 상대로 셋톱박스 교체 수요만 모아도 손쉽게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가지니 테이블TV의 단말 가격은 39만6000원(부가세 포함)이고 IPTV 이용료도 부담해야 하나, 모바일·인터넷 상품 결합 할인과 '반값 초이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부담을 대폭 낮춰 가입자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50만원 상당의 고급 헤드셋도 초기 프로모션에 활용하기로 했다.
KT는 기가지니 테이블TV와 함께 소형 제품 등 2종의 기가지니 라인업을 더 선보이고, 다른 제조사에서도 기가지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가지니 인사이드'도 상반기 중으로 선보여 자사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대할 구상이다.
하드웨어 형태의 '기가지니 인사이드 모듈'은 냉장고나 안마의자,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차량, 스마트홈 단말에 삽입해 기가지니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채희 KT AI사업단장(상무)은 "기가지니 테이블TV는 취향과 개성에 맞춰 인공지능을 즐기는 트렌드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범용 AI 모듈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가지니 인사이드 같은 차별화 기술을 선보여 AI 생태계 활성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