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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뒤 사라지지 않는 검은 리베이트

  • 2018.10.11(목) 14:36

<김보라의 UP데이터>
단통법 시행 후 이통3사 과징금 부과액 886억원
방통위, 조사대상·기간 제한적…단통법 실효성 의문

5683만명. 지난 8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상 인구 수보다도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죠.

휴대전화는 짧으면 수개월, 길면 3~4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제품입니다. 어떤 소비자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아가 판매원이 설명해주는 대로 구입하는 반면 어떤 소비자는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얻어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을 찾기도 합니다. 똑같은 아이폰X을 구매해도 누구는 60만원에, 누구는 135만원에 구매하는 차이가 생기는 이유죠.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불법보조금입니다.

최근에는 불법보조금 시장규모가 많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죠.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2018년 현재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한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2017년 만큼 불법보조금 시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불법보조금 통계치가 밝혀진 2017년까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통사 과징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2017년까지 이통3사에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886억원입니다. 대부분 과도한 지원금 지원, 이용자 차별금지 조항 위반 등을 이유로 부과된 과징금입니다.

이통3사는 저렇게 많은 과징금을 내면서도 왜 불법보조금을 퍼주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886억원이라는 숫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요.

◇ 단통법 있지만 불법보조금 존재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처음 시행됐습니다. 단통법 시행 목적은 이동통신사업자 간 지나친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 소비자들이 차별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통3사는 과도한 보조금 지급, 이에 따른 부당한 이용자 차별 행위 등으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열 한 차례나 방통위로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았습니다.

 


이통3사는 단통법 시행 이후 불과 두 달 만인 2014년 12월 단말기 지원금 과다 지급행위로 인해 각각 8억원씩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받았습니다. 방통위 조사 결과 이통3사는 아이폰6 출시일에 맞춰 공시지원금(33만원)보다 많은 금액인 41만~55만원까지 보조금을 상향조정해 대리점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결과 유통점 간 과도한 보조금 지급경쟁이 이뤄졌고, 일명 '아이폰6 대란'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이러한 행위는 이후로도 반복되어 이통3사는 매년 최소 한 차례 이상 보조금 과다지급, 이용자 차별행위 등으로 인한 과징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특히 이통3사는 2017년 조사결과에 따라 올초 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최고 금액인 50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초 갤럭시8 출시로 불법보조금 액수가 늘었고 방통위가 과태료를 부과한 유통점의 개수도 172개로 단통법 이후 조사 중 가장 많았기 때문입니다. 

◇ 가입자수 방어와 과징금간 고민

그렇다면 수억 원의 과징금을 내면서도 이통사가 불법보조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휴대전화 구매는 이통사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가 휴대전화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으로부터 제품을 받아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점에 공급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물론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가 직접 유통망을 통해 휴대전화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일명 자급제폰이라고도 하죠. 다만 아직까지 국내 휴대전화 유통은 이통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와 판매점 간 고객유치전을 위한 마케팅활동이 펼쳐집니다. 이통사가 판매점에 지급된 판매장려금 중 일부가 불법보조금을 풀리는 것이죠. 예를들어 판매점이 이통사로부터 1000원의 판매장려금을 받았다면, 판매점은 700원만 이익으로 챙기고 300원은 고객유치활동을 위한 불법보조금으로 돌려쓰는 상황인 것이죠.

홍기성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장은 "이통사입장에선 886억원 과징금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한번 유치한 고객은 수개월에서 수년 간 요금약정을 통해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는 보조금을 풀어 가입자를 확보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방통위, 불법조사에 한계있어

방통위의 현장조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집니다.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3사에 열 한 차례, 유통점에 열 두 차례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과도한 불법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방통위는 유통점이 모여 있는 집단상가나 오피스텔, SNS 등을 중심으로 불법보조금 현황을 파악하는데요. 문제는 조사당 평균 42개의 유통점에 대한 조사와 과태료 처분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점포수는 총 2만9068개입니다. 방통위가 지난 4년 간 조사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한 유통점 수를 모두 합쳐도 505개(중복 집계 감안하지 않음)로 전체의 2%에 불과합니다.

조사 기간도 애매합니다. 단통법 이후 방통위가 이통사에 처음으로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아이폰6 대란의 경우 2014년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조사했습니다.

 


때문에 886억원의 과징금 액수는 보이지 않는 불법보조금 규모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초 이례적으로 높은 과징금(506억원)을 부과한 것뿐이지 단통법 시행 이후 2017년까지 이통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324억원에 그칩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 등에서는 방통위 조사만 피해서 구매하면 된다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부산에 방통위 떴습니다" "오늘 신도림쪽은 글렀네요" "내일은 풀릴까요" "방통위 조사 직전이 가장 쌉니다" 등 방통위 조사를 피해 불법보조금을 받으려는 내용들입니다.

때문에 현재의 단통법 만으론 불법을 근절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좀더 현실적인 근절대안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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