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가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본 시장에 맛집 리뷰 서비스 타파스를 내놓는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습니다. 맛집 등 지역 사업자 검색 서비스 플레이스 운영 경험을 살려 해외에서 성과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는 맛집 정보 서비스는 한때 국내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불과 5년 전 만해도 맛집 정보 서비스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으로 치부되면서 한동안 중단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집 정보 서비스업체의 성장은 미미했고 네이버 서비스 역시 공룡파워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논쟁이 다소 허망해 보입니다. 포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을 차근차근 짚어 봤습니다.
◇ 중소업체 고만고만…오히려 자리잡은 구글
2013년 9월 네이버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7개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대기업인 네이버가 벤처 및 중소업체의 사업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맛집 정보(윙스푼), 부동산 매물 정보 등 논란 대에 오른 서비스들을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0년 선보인 윙스푼은 지역별, 메뉴별 맛집을 찾아주고 이용자의 리뷰를 보여주는 서비스였는데요. 1995년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은 메뉴판닷컴, 2013년 출시된 포잉, 망고플레이트 등 난립하던 맛집 정보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눈총을 받았습니다.
메뉴판닷컴이 연 60억원대 매출을 올리다가 윙스푼 출시를 기점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나자 네이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도 기존 부동산 정보 업체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자 결국 이들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네이버가 자리를 비켜준 지 5년이 지난 지금 맛집 정보 서비스업체 현황은 어떨까요. 메뉴판닷컴이 가장 최근 공시한 2016년 매출은 17억원입니다. 2015년 13억원, 2014년 18억원의 매출을 올려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포잉을 운영하는 트러스트어스의 작년 매출은 22억원으로 메뉴판닷컴과 비슷합니다.
네이버가 맛집 정보 서비스를 접은 후에도 관련 업체의 성장이 고만고만한 것인데요. 덩치 큰 업체가 나오지 않는 사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 구글이 국내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은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국내기업끼리 신경전 하는 사이 해외기업이 재미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구글 지도는 '망원동 카페', '고깃집' 등의 형태로 지역이나 메뉴를 입력하면 인근 맛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맛집의 위치정보와 함께 이용자의 별점과 리뷰를 함께 띄우는 방식으로 국내 맛집 정보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 플레이스, 기술 고도화해 글로벌 진출
네이버는 한동안 맛집 정보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2015년 11월 유사한 기능을 하는 플레이스를 내놓습니다. 플레이스는 '가로수길 맛집'과 같은 형태로 지역명과 찾는 가게 종류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 사업자 정보를 보여주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검색조건 설정, 성별과 연령별 관심도, 리뷰와 평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우선 노출합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맛집 관련 빅데이터를 학습, 이용자 맞춤형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해외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네이버 예약, 플레이스 성과를 기반으로 일본 맛집 리뷰 서비스 타파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반 링크코인으로 보상을 줘 이용자를 늘리고 AI 추천을 통해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맛집 정보 서비스가 골목상권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우려와는 사뭇 다른 양상인데요. 오히려 블록체인, 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허망하기만 합니다. 사업영역을 지킨 맛집 정보 서비스업체는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지 못했고 네이버가 형태를 바꿔 선보인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거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네이버와 중소업체 모두 자사 서비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