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배당에 쓸 돈을 아껴 기존 사업 확장과 미래 비즈니스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일본법인)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이익과 관련 배당을 유예하는 대신 투자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넥슨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지난해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 환원하는 것은 경영상 중요한 사안이지만, 향후 성장의 발판이 되는 사업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넥슨은 기존 사업의 확장과 신사업 개발, 인수합병(M&A) 혹은 게임 퍼플리싱권 인수 등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넥슨의 작년 기준 현금성 자산도 2조원이 넘어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투자의 결과가 결국 주주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넥슨은 실적으로 이를 증명했다. 넥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 증가한 983억6000만엔(한화 9806억원·이하 100엔당 997원 기준)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8% 늘어난 2537억2100만엔(한화 2조5296억원), 당기순이익은 90% 치솟은 1076억7200만엔(한화 1조735억원)이다.
또한 넥슨은 기존 사업 돌보기에도 돌입했다. 이번에 넥슨은 부실한 계열사 '넥슨 아메리카', '넥슨 엠'(M), '글룹스'(gloops) 등 3개 자회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84억7100만엔(844억5587만원)를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상 예방접종을 맞은 셈이다.
넥슨은 개별 법인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나,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 자회사인 글룹스는 손상차손까지 인식할 정도로 최근 실적이 안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2012년 365억엔(당시 환율 기준 5216억원)을 주고 인수한 글룹스는 사업이 부진해 넥슨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첫 분기 영업손실을 경험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미 지역 법인들인 넥슨 아메리카와 넥슨 M도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넥슨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중국(1329억6600만엔·1조3257억원)과 한국(737억9000만엔·7357억원)에 전체 매출의 79%나 쏠려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수준인 일본 매출은 140억6800만엔(1403억원)으로 전년보다 18%나 감소했다.
다만 북미는 164억9800만엔(1645억원)으로 77%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넥슨 M과 넥슨 아메리카의 실제 사정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아메리카는 온라인 게임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북미 시장에선 모바일 게임에 대한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며 "넥슨은 현금성 자산이 2조원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므로 이번 대손충당금 이슈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