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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체험단]VR로 경험해 본 가위눌림

  • 2019.04.25(목) 13:36

가상현실(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
광신도 집단에 괴롭힘 당한 끝에 유체이탈

현대미디어의 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 스틸컷.

'10분 정도의 공포 영화면 견딜만 하겠지? 그것도 가상현실(VR)인데….'

완벽한 오산이었다. 10분 내내 오싹했다. 현대미디어가 14개월 동안 제작, 최근 완성한 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 이야기다.

전체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광신도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공간에 갇힌 소년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감각에서 탈출하려 애쓰는 이야기다. 안창환, 구자건, 홍석연 씨가 주요 배우로 출연했다.

기자가 현대미디어의 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를 시청하고 있다.

VR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했다. 사방은 캄캄해졌다. 손에 쥔 리모콘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소리가 들렸다. 사람 여러명이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기괴한 현장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호러(공포) 영화에서 흔히 관찰되는 장면이니까.

안심은 잠시. 침대에 누운 소년의 머리 위로 하얀 얼굴의 사내가 스윽 다가왔다. 순간 덥쳤고 기겁했다.

잘 때 가위 눌리는 것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시청하는 기자를 보는 시선이 2명이나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잊은 채 움찔움찔했다.

사전에 들었던 줄거리가 무엇이었는지 모두 잊고 영화에 몰입됐다. 영화 속으로 들어간 제3자의 경험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화 속 소년이 된 것처럼 두려움이 몰려왔다.

현대미디어의 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 스틸컷.

얼굴을 감싸는 HMD를 착용한 터라 시각과 소리에 더욱 민감해진 탓이다. 음산한 소리가 이쪽과 저쪽에서 들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움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VR 영화에서 소리는 방향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VR 영화는 시청자의 고개 움직임과 소리의 위치가 연동되도록 구성해야 더욱 실감나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조민기 현대미디어 PD는 "시각적으로 갑자기 뭔가 나타나는 자극적인 장치는 배제했다"며 "놀래켜서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무서운 분위기를 지속해 더 무서운 느낌이 나길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는 적어도 기자에겐 성공했다. 깜짝 놀라게 하는 무서운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무서운 느낌이 지속되는 분위기에 압도됐다.

배우들은 실제 사람이고 배경은 그래픽으로 연출한 것이 보였지만 무서움 만큼은 현실이었다.

현대미디어의 VR 시네마 '거기에 있었다' 스틸컷.

"이거 언제 끝나요?" 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 나올 때쯤 몸이 서서히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둥둥 떠올라 소년의 몸이 보였고, 소년이 갇혔던 장소 위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년이 겪은 고통의 끝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방되는 느낌이 잔잔하고 평온하게 남았다.

수면중 가위 눌린 뒤 신체와 의식이 분리되는 유체이탈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경험만큼 무서운 느낌은 찾기 어려울 것인데, 영화의 전개에 몰입된 나머지 무섭도록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그런 초자연적인 경험을 VR로 상당 부분 연출해냈다.

여러명이 함께 관람했다면 영화의 의도, 소년과 광신도의 관계, 마지막 장면을 놓고 한참을 이야기하게 할 복잡한 여운도 남겼다.

조민기 현대미디어 PD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다음은 영화 '거기에 있었다'를 연출한 조민기 현대미디어 PD와의 일문일답이다.

-VR 영화를 제작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지난해 실사로 구현한 VR 콘텐츠 '익스트림VR 국가대표' 시리즈를 연출한 뒤, 다음 스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걸 하면 좋을까 생각해봤고 영화, 특히 공포 장르를 떠올렸습니다. 공포물을 VR로 만들었을 때 몰입감과 현장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기획의도는 무엇인가요
▲단편적인 장치로 공포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로 공포를 소모하는 걸 의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면 좋을까. 귀신도 무섭지만,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사람에 대한 공포를 귀신 입장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종교에 지나치게 몰입했을 때의 무서움도 그리고자 했습니다.

-이번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감각, 가위 눌림이나 유체이탈 느낌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점입니다.

-참고한 영화나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승이 아닌 곳을 생각하기 위해 참고한 건 티베트 고승이 남긴 '사자의 서'라는 책입니다. 사람이 죽은 뒤 어떤 것을 겪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등을 봤습니다.

-VR 영화 연출이 일반 영화와 다른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기존 영화는 어느정도 검증된 문법이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앵글이 고정됐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VR은 앵글 고정이 안 됩니다. 보는 사람이 앵글을 선택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활용해 앵글을 만들 것인가, 그 지점이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10분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VR은 아직 시청자마다 편차가 큽니다. 시작하자마자 멀미가 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잘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없어요. 길어져야 할 이유도 없어서 최대한 짧게 하려고 했습니다.

-영화는 짧지만,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 같습니다
▲1년2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편집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사람을 촬영한 실제 영상과 VR 배경을 합성할 때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조민기 현대미디어 PD.

-소리로 관객의 시선을 이동하게 구성한 게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네. 일반 영화는 오른쪽 소리의 위치가 오른쪽에만 있으면 됩니다. 관객의 위치가 고정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VR은 관객이 보는 시점과 소리의 위치가 연동돼야 실감이 납니다. 고개를 돌리면 소리 위치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려운 기술이라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요
▲영화를 볼 때 감정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과 후의 감정이 다른 느낌도 의도했습니다. 영화를 본 뒤 집에 가면서 생각할 때 어떤 이야기였는지 떠올릴 수 있게 말이죠.

-제작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VR 영화는 모두 제작한 뒤에야 어떤 느낌으로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미리 점검해볼 수 없으니, 완성 후 다시 만드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크게 4~5번은 완전히 엎고 다시 만들었어요.

-이번 VR 영화와 관련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요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VR 영화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겁니다. 유통 측면에선 극장과 VR 관련 테마파크,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외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 플랫폼과도 협력하길 희망합니다.

-향후 어떤 장르를 연출하고 싶은지요
▲밝은 내용을 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VR 시장에 대한 전망을 하신다면요
▲VR의 부정적 측면을 말할 때 3DTV를 떠올리는데요. VR의 경우 쇠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전된 기술에 의해 영감을 받아 VR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가상현실에 대한 사람의 욕구는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워치체험단'은 비즈니스워치가 새롭게 시작하는 체험 전문 콘텐츠입니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본 경험담을 텍스트, 동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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