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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며 폭탄날린 방통위원장에 맞받아친 과기정통부장관

  • 2019.07.22(월) 15:55

사의표명 이효성 방통위원장 "방통규제,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불쑥 나올 얘기 아냐" 불만 표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훈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통신과 방송 규제 업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마찰음을 크게 내고 있다.

현재 통신·방송 정책과 규제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방통위로 일원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부처는 최근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서도 불협화음을 연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즉시 "정부 조직에 대한 문제는 사전에 관련 부처끼리 굉장히 면밀하게 검토가 돼야지 이렇게 불쑥 나올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4기 방통위 2년간 성과와 계획' 브리핑에 직접 나서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방통위원장 임기는 3년이므로 2017년 8월 취임한 이 위원장의 경우 내년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방통위 안팎에선 깜짝 발표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차기 방통위원장 하마평도 동시에 나돌아 사전에 이같은 변화가 감지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효성 위원장은 사임표명 배경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2기를 맞아 국정쇄신을 위해 대폭 개편을 앞두고 있다"며 "1기 일원인 저는 청와대가 폭넓은 내각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과 관련 청와대의 영향이 없진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이효성 위원장은 본인의 진퇴를 밝히는 자리에서 사전배포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부부처 개편 방향에 대해 강하게 언급, 방송·통신 업무 분장에 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두쪽으로 나뉜 방송과 통신 업무는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마땅하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방송통신 업무를 두곳에서 담당하는 어불성설의 일이 지속되면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처럼 일관성, 효율성을 상실한채 표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임기를 시작한 이래 이같은 주장을 물밑에서 줄곧해왔던 것이 사실이나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이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시점에 작정하고 언급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깜짝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이 깜짝 발언을 쏟아내고 질문을 받지 않은채 떠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집중됐는데 "준비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답변이 지연되기도 했다.

뒤늦게 답변에 나선 김동철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방통 규제 업무 일원화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소신이나, 관계부처간 협의와 법 개정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통위 브리핑 직후 과기정통부는 예정된 기자단 간담회를 열었고, 유영민 장관도 통신·방송 일원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유 장관은 "방송과 통신과 관련 방통위는 규제, 과기부는 진흥, 방통위는 합의제, 우리는 독임제 이런식으로 나눴다"면서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고, 방송과 통신 경계가 없어지는 등 시장도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일원화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부처간 조율 없이 이효성 위원장 입에서 방통위 중심의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장관은 "정부의 조직에 대한 문제는 사전에 관련 부처끼리 정부 안에서 굉장히 면밀하게 검토가 돼야지 이게 무슨 불쑥 나올 이야기는 아니다"며 "나도 떠나는 날 그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재직시절 본인이 수행하지 못한 역할을 떠나면서 언급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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