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통합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었다.
공정위는 콘텐츠 공급 관련 차별적 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등 시정조치를 함께 내놓기도 했지만,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가 서비스하는 국내 1위 OTT 옥수수와 방송 콘텐츠의 강자 지상파3사의 결합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 공정위, '옥수수+푹' 기업결합 승인…조건도 붙어
공정위는 20일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 30% 취득 및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자회사(SK브로드밴드) 또는 합작회사(CAP)를 통해 각각 '옥수수'와 '푹'(POOQ)이라는 브랜드로 OTT 사업을 해왔다.
다만 OTT 시장 경쟁제한 우려를 차단하면서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정조치도 함께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3년이며,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1년이 경과한 후부터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 주요 OTT 사업자 간의 수평결합 뿐만 아니라 강력한 콘텐츠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3사와 OTT 사업자의 수직결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위는 결합 회사의 상품 시장을 유료구독형 OTT 시장, 방송 콘텐츠 공급업 시장으로 규정했다. 지역 시장은 전국으로 봤다. 기업결합 유형의 경우 당사자들이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경쟁하므로 수평형 결합이자, 수직형 결합으로도 판단했다. 지상파3사가 제작하는 방송 콘텐츠는 유료구독형 OTT가 제공하는 주요 콘텐츠라는 이유에서다.
수평 결합의 경쟁제한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쟁 OTT로의 구매전환 가능성과 글로벌 유료구독형 OTT의 국내시장 진입, 경쟁 사업자의 대응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수직결합은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송 콘텐츠 공급시장과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결합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5% 이상인데다 각 시장 1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서비스하는 OTT 옥수수의 2018년 월간 실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MAU)는 약 329만명이며, 같은 기간 푹의 MAU는 약 85만명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 공급 시장에서 지상파 3사는 매출액 기준 MBC, KBS, SBS가 각각 1,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지상파3사가 경쟁 OTT에 콘텐츠 공급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3사는 이번 기업 결합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에 제공하던 지상파 콘텐츠 VOD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와의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 또는 변경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VOD 공급을 요청할 때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협상하도록 했다.
다만 다른 OTT 사업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결합회사에게 자신 또는 자신의 계열회사 콘텐츠 공급을 거절하는 등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는 제외하기로 했다.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3사가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로 제공중인 지상파 실시간 방송의 중단 또는 유료 전환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 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결합회사 OTT 가입을 제한하는 행위 역시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 넷플릭스·유튜브 대항마의 등장
공정위의 이번 결론은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통신·미디어 분야의 OTT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해 부과한 최초의 사례다.
이를 반영하듯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히 진행했다. 지난 4월8일 당사자 기업들의 기업결합 신고 이후 공정위는 지난 7월15일 전원회의 상정, 이달 14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특히 OTT 사업자와 콘텐츠 공급업자 간 수직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콘텐츠 구매선 봉쇄 등을 차단해 OTT 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국내 OTT 생태계 관련해선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공세가 강력한 상황에서 이에 대적할 대형 사업자가 등장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급변하고 있는 신산업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하게 심사·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OTT 웨이브는 내달 중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