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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경제학]⑤열 연예인 안 부럽다

  • 2019.12.24(화) 15:13

[방송편] '팬덤' 생기면 돈이 모인다
펭수부터 BTS까지 팬덤의 경제 효과

한국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펭수는 요즘 가장 바쁜 인기스타다. EBS의 연습생인 펭수를 예비 연예펭귄으로만 봐야 할지, 아니면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로 봐야 할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비즈니스워치는 캐릭터와 연예방송 모든 측면에서 펭수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편집자]

[사진=펭수 인스타그램]

과거 팬(Fan)이라고 하면 직접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특정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철 없는 10대 소녀들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한 사람을 두고 '팬'이라고 지칭한다.

이처럼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집단 행동을 하는 이들을 묶어 '팬덤(Fandom)'이라 정의한다. 이들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화 돼 움직인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해 시장 가치를 창출한다. 나아가 관련 제품을 구매하고 생산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팬덤은 이제 단순한 하위문화가 아니다.

펭수는 아직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등장한 지 일년도 되지 않은 '신인'이지만 '펭클럽'이라는 팬클럽이 생겼다. 즉 팬덤이다. 다음 팬카페 '펭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펭-사' 회원수는 7500명, 네이버 팬카페 '자이언트 펭TV'의 회원수는 8000명을 넘어섰다.

펭클럽들은 자이언트펭TV를 구독하고 여기서 나오는 화면을 캡처해 수많은 '짤(편집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생성한다. 펭수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편집해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드는 등 펭수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도 거뜬하다.

이들은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3일에는 G마켓을 통해 예약 판매를 시작한 펭수 2020년 달력을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이용자가 몰렸다. 오후 한때 접속 대기 인원만 4만여명에 달했다.

앞서 예약 판매된 펭수가 등장하는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한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채식주의자'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펭수 화보가 담긴 '나일론' 12월호 또한 판매 개시 4일만에 완판됐다.

지난 20일에 이랜드 패션 브랜드 스파오에서 발매된 펭수 의류 상품은 발매 3시간 만에 품절됐다. 이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수면 바지 형태의 '펭수 파자마'는 10분 만에 매진됐다.

지난달 13일에는 카카오톡에서 펭수 이모티콘이 출시됐을 때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독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펭클럽들은 본인이 이모티콘을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카카오톡 펭수 이모티콘은 하루 만에 10대부터 40대까지 인기 판매순위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펭수 이모티콘 판매량은 카카오 이모티콘을 제외하고 역대 최단기간 최다 판매다. 

펭수가 롤모델로 꼽는 방탄소년단(BTS)의 사례에서도 팬덤의 경제적 효과가 잘 드러난다. 최근 편주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2019 서울 파이널 공연'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월 BTS의 서울 콘서트 경제효과가 1조원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BTS는 지난 10월 26~27일과 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파이널 콘서트를 개최했다. 편주현 교수팀은 3일 동안 진행한 콘서트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약 9229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콘서트는 3일간 약 13만명의 관객을 모아 티켓 판매비, 중계 극장 대관료, 공연장 대관료, 관객 숙박비, 관객 교통비 등을 포함해 3307억원의 직접 효과를 창출했다. 간접 효과 규모는 5922억원으로 올해 2641억원에 이어 향후 5년 동안 3281억원의 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BTS를 탄생시킨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몇 년 전까지는 중소기획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YG·JYP와 어깨를 겨눌 대형 엔터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액은 2142억원, 영업이익은 6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연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인 200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3분의 2 수준인 391억원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 2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나아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같은 팬덤의 힘을 등에 업고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손잡고 탄생시킨 캐릭터 'BT21' 외에도 인형 제작회사 마텔과 손잡고 '패션돌'을 출시하거나, 넷마블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게임 'BTS 월드'를 내놓는 식이다.

지난 8월 개최된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빅히트의 브랜드 IP 사업은 음악에서 한정되지 않고 라이센스, 캐릭터, 게임, 팝업스토어 등으로 확장해서 팬들과 만날 기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회사 '비엔엑스'를 설립하고 지난 6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와 커머스 플랫폼인 '위플리(Weply)'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향후 위버스와 위플리만 활용해 BTS의 공연 티켓과 팬 상품(MD) 구매부터 숙박·교통 결제까지 모든 게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BTS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획사 출신이었지만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과 우수한 음악 콘텐츠, 생산과 소비시장에서 글로벌 트렌드 인식, 디지털 콘텐츠 등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며 "이는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충성고객 집단인 팬클럽 '아미'의 출현으로 이어져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스타벅스, 블루보틀 커피, 샤오미의 팬클럽 마케팅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충성고객의 확보는 기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기업들은 BTS의 성공을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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