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펭수는 요즘 가장 바쁜 인기스타다. EBS의 연습생인 펭수를 예비 연예펭귄으로만 봐야 할지, 아니면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로 봐야 할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비즈니스워치는 캐릭터와 연예방송 모든 측면에서 펭수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편집자]
올해의 가장 핫한 인물(펭물)은 당연 '펭수'다. 펭수는 지상파 방송사인 EBS 소속이다. 하지만 정작 펭수를 EBS TV 채널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유튜브나 다른 방송사를 통해 펭수를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됐다.
지상파 방송채널은 지난 몇 십년 동안 국내 최대의 미디어채널의 위상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사이 지상파는 과거의 위상을 점차 잃고 있다. 사람들이 TV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기획해 만들고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펭수의 사례는 방송과 유튜브,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송사에서 만든 유튜브 스타
펭수의 특이점은 방송국에서 만든 유튜브 스타라는 점이다. TV 방송 채널보다는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트 펭 TV'와 펭수의 팬들이 만든 다양한 영상을 통해 펭수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다년간 콘텐츠를 제작한 EBS의 기획력 및 노하우가 접근성이 무한한 유튜브와 만나 시너지가 극대화된 덕분이다.
EBS는 1990년 교육전문 전국 네트워크 방송국으로 출범했다. 이후 학교수업 보충 프로그램 외에도 일반 교양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뚝딱이', '번개맨', '방귀대장 뿡뿡이', '짜잔형' 등의 캐릭터들을 기획, 만들어 성공시켰다. 또 'EBS 스페이스 공감', '지식채널e', '다큐프라임' 등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도 다수 있다.
하지만 EBS는 '교육'과 '교양'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재미는 없다'는 편견에 다른 방송사보다 시청률이 낮았다.
또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자주 접하는 미디어 채널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EBS가 TV를 통해 시청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낮아졌다.
이에 EBS가 선택한 채널은 유튜브다. EBS는 펭수를 TV 채널과 함께 유튜브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TV에는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한정되지만 유튜브에는 방송 시간과 분량, 횟수도 제한이 없어 펭수의 다양한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펭수도 EBS를 시청해달라는 말보다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트 펭 TV'를 구독해달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JTBC와 SBS도 유튜브 활용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송사는 EBS뿐만은 아니다. JTBC는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통해 '와썹맨', '워크맨' 등 유튜브에서만 공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SBS는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에서 인기를 얻은 '문명특급' 코너를 독립 채널로 만들었다. 문명특급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사이인 '연반인'인 '재재'가 출연하는 웹예능 유튜브 채널이다.
이들 채널은 구독자수가 웬만한 인기 유튜버 크리에이터 채널 못지 않다. 와썹맨의 구독자수는 230만명, 워크맨은 357만명, 문명특급은 37만명이다.
방송채널보다는 자유로운 기획과 촬영, 편집이 가능하며 시청자들이 방송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시청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해 실제 반응도 확인하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TV 채널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방송플랫폼의 위기
방송사와 유튜브는 플랫폼과 포맷은 다르지만 영상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는 넓게 보면 경쟁 관계다. TV 방송은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N스크린 시청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 중 동영상 시청시간은 월평균 1024.93분이다. 이 중 방송프로그램 시청 시간은 82.39분(8.04%)에 불과하다. TV 시청자를 스마트폰에 빼앗기고 스마트폰에서도 방송채널보다는 인터넷 영상 채널로 빼앗겼다.
방송 시청이 줄어들면 광고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주요 매체별 현황'에 따르면 지상파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은 2011년 이후 감소추세다. 주요 수익원이 줄어들다보니 실적도 좋지 않다. 방송의 경영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송사들이 제한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은 수익이나 화제성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불가피한 생존전략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플랫폼을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활용에 나선 방송사
방송사들은 유튜브를 배척하기 보다는 유튜브 활용에 나선 것이다.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방송과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졌다.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이 아닌 유튜브를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TV와 유튜브 플랫폼을 모두 활용하는 추세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기존 방송 포맷이 아닌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방송 콘텐츠는 한계점이 있다. 방송통신심의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은 제약이나 제한없이 콘텐츠를 편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채널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또 아직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 운영이 방송사의 위기를 타개할만한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다. 유튜브 채널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우며 유튜브 광고 수익은 줄어든 방송광고 매출을 채울 만큼은 아니다.
방송사의 유튜브 수익은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JTBC의 '워크맨'의 경우 한달 수익이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BS도 펭수를 통해 유튜브 광고 수익뿐 아니라 방송협찬이나 굿즈 등의 수익이 있지만 아직 EBS의 적자를 극볼한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수익성 향상에는 콘텐츠를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는 과거 방송 영상을 유튜브 맞춤형으로 편집해 업로드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BS의 경우 예능 및 드라마 전 영역에 걸쳐 유튜브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있다. 유튜브 관련 매출은 지난해 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억원, 올해 연간 기준 9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원가가 편집 관련 인력에 불과해 4분기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유튜브 공헌 영업이익은 150억원 내외로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인숙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방송사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은 유튜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라며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있는데 누가 승자가 될지는 확답하기 어려우며 이용자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