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검은사막'이라는 강력한 IP(지적재산권)을 등에 업고 콘솔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며 글로벌 전 지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덕이다. 올해는 상반기 '섀도우 아레나'를 시작으로 검은사막을 이을 신작 IP를 키운다.
13일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 IP의 글로벌 확장과 플랫폼 다변화에 힘입어 연간 매출이 538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기간 신작 준비를 위한 인건비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8.5% 감소했다.
4분기 매출은 1196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101.8% 늘었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1% 감소했는데 이는 콘솔 매출 인식 변경 때문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조석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4분기부터 콘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대한 인식 기준을 총액 인식 방법에서 콘솔 업체로부터 정산받는 매출만 인식하는 순액 인식 방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기존까지는 다른 온라인 서비스와 같이 총액 인식 방식을 채택했는데, 콘솔 비중이 높아지면서 콘솔 게임 서비스를 하는 타 글로벌 회사들과 회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보수적인 매출 인식을 통해 재무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조석우 CFO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4분기 매출은 1300억원, 영업이익은 315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영업비용은 약 900억원 후반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IP별 매출로 보면 자회사 매출 20억원을 제외한 1176억원 중 검은사막 IP에서 발생한 매출은 10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9% 줄었다. 이 역시 콘솔 매출 인식 방식 변경에 따른 효과로, 회계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1124억원으로 6.2% 감소한 수준이다. 이브IP의 경우 이브 온라인 한글 출시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전 분기 대비 6.8% 증가한 1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韓 MMO 최초 콘솔 도전…해외 비중 높여
펄어비스의 지난해 매출 증가 원인으로는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주효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3월 지난해 3월 엑스박스, 8월 플레이스테이션에 검은사막을 출시하며 글로벌 접점을 넓혔다.
김경만 펄어비스 CBO(최고브랜드관리자)는 "지난해 처음 콘솔 시장 진출을 발표했을 당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로 콘솔 게임을 출시한다는 점과 콘솔 경험이 없는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콘솔 시장 변화와 게임 개발에 집중해 과감히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매출액에서 콘솔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 3% 수준에서 조금씩 증가해 4분기에는 판매액 기준 약 17%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2월 검은사막 모바일을 일본에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12월부터는 검은사막 모바일 글로벌을 150개국에 7개 언어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55%보다 19%p 늘어난 74%였다. 이중 북미·유럽 등 지역 비중은 콘솔 성수기 및 검은사막 모바일 글로벌 출시에 따른 판매 증가로 전 분기 대비 4%p 증가한 33%에 달했다.
'섀도우 아레나' 상반기 나온다
올해 펄어비스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사업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신작 액션 배틀 로얄 '섀도우 아레나'는 올 상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이달 27일부터 내달 8일까지는 자체 플랫폼과 스팀을 통해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 지스타에서 섀도우 아레나와 함께 선보였던 '붉은사막', '플랜8', '도깨비' 역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6월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E3 2020'에서 보다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정경인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지스타에서 봤던 모습보다 게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모습으로 공개할 예정이라 이를 보면 개발 진척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퀄리티로 공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작년 매출 증대를 이끌었던 콘솔 사업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유저와 엑스박스 유저가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빌드'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김경만 CBO는 "MMORPG로서의 재미를 배가할 뿐 아니라 게임의 효율적 운영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콘솔 유저들의 성향이 모바일보다는 온라인에 가깝고 인게임 아이템 판매 방식을 병행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콘솔 매출은 꾸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하락세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올해 2월은 한국 서비스 2주년인 만큼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꾸준한 업데이트와 더불어 유저 간담회, 자체 크리에이팅 콘텐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와 소통해 매출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도 업데이트 시에만 매출이 집중되는 매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안 중이다.
허진영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일본 시장에서 수익성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곧 있을 1주년을 맞아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통해 서비스를 반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