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G 중저가 단말기가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신사들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고가의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는 5G 가입자 확대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혀왔다.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3차 5G+ 전략위원회'에서 "중저가 요금제는 5G 가입자수와 네트워크 구축상황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우선은 상대적으로 통신비 부담이 큰 특정계층 특화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이용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통신3사 CEO 중에서는 구현모 KT 사장만 참석했다.
구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극과 극의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대표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5G 요금제 출시 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향후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계획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통신사 CEO 중 처음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날 자리에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함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어렵다는 점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간 통신업계는 5G 단말기의 높은 가격 때문에 5G 요금제를 낮추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가입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통신사가 높은 수준의 기기 보조금 등 마케팅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요금제 가격대를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내 5G 중저가 단말을 다수 선보인다고 예고하면서, 5G 중저가 요금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현모 사장과 함께 5G+ 전략위원회에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연내 5G용 중저가 스마트폰을 2~3개 출시할 것"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정부도 통신사에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올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5G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기업에 부담될 수 있으나 5G 대중화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품질 제고와 함께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며 "알뜰폰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한 뒤 이통사도 청소년, 실버 요금제 등 맞춤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지속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최저 구간 월정액이 5만5000원선이다. 청소년, 노인 등 특화 계층을 위한 중저가 요금제는 있지만 일반 고객을 위한 것은 아직 없다. 최근 갤럭시S20 출시와 함께 SK텔레콤과 KT는 4만원대 청소년 특화 5G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앞서 청소년·시니어 요금제를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본격적인 5G 투자에 들어간 통신사 입장에서는 요금제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상반기 망 투자규모를 기존 대비 50%가량 확대한 4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또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통신사들은 지하철, 공항, 백화점, 중소형 건물 등 2000여개 시설에 5G 실내 기지국을 설치해 커버리지를 확충한다. 연내 5G 단독방식(SA) 상용화와 28GHz 대역망 구축을 위한 투자도 계속해야 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아직 가입자수 확보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라 5G (중저가)요금제에 대해 논의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향후 5G가 대중화되고 가입자수가 급증해 다양한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