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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발급기 앞에서 헤맸나요, 당신의 잘못 아니랍니다

  • 2020.07.22(수) 16:25

[디지털, 따뜻하게]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한 키오스크
단순해보이지만 사용법 어려울 때도
키오스크 접근성은 여전히 낮아 불편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사고 커피를 주문하는 세상은 참 편리하죠. 하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는 노화하는 우리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은 쉬운 기술이 나중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살 때 쌓이는 정보는 빅데이터가 되어 서비스에 반영되고 궁극적으로는 법·제도 개선까지도 이어지지만, 현금으로 커피를 사는 사람의 정보·의견은 외면됩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디지털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는 [디지털, 따뜻하게]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지난달 정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포용 정책 중 많은 부분이 교육과 인프라 및 기기 지원입니다. 누구나 어디서든 디지털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기기를 지원하고 디지털을 잘 쓸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죠.

항상 비슷해 보이는 디지털 포용 정책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키오스크' 입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 단말기를 말합니다.

정부는 장애인과 고령층 등 취약 계층도 사용하기 편하도록 공공성과 사업범위를 고려해 점차 단계적으로 키오스크의 접근성 개선을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또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표준 모듈을 단계적으로 개발해 민간에 보급하고 확산할 예정입니다. SW 표준 모듈을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화면 확대기 등 키오스크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포용정책팀장은 SW 표준 모듈에 대해 "키오스크 제작업체에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라며 "내년부터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 대신한 키오스크

왜 정부는 키오스크로 눈길을 돌린 것일까요?

지하철이나 음식점에서 종종 보였던 키오스크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음식점에서 사람 대신 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이며 식당 밖에서 줄을 설 때도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 번호를 받아야만 합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대기 번호를 받지 못하고 계속 밖에서 기다리기만 했던 사례는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이외에도 금융기관의 ATM기기, 행정기관의 무인 민원 발급기, 공항의 무인 발권기 등 모두 키오스크를 활용한 사례입니다.

키오스크는 사람을 대신해 고객의 다양한 요청과 주문을 처리해줍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상점과 기업, 공공기관에서는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대화'에서 '터치'로 소통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대화'를 통해 요청하던 소통에서 디지털 스크린 상에서 '터치'를 통해 소통을 하게 된 것이죠. 사람과의 대면 소통에서는 구체적으로 내 요구사항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사람을 대신한 키오스크는 일정 범위 내에서의 '선택'만 가능할 뿐입니다.

이러다보니 음식을 단순하게 주문하는 것 외에 쿠폰이나 할인을 받아야 할 때는 키오스크 앞에서 땀을 흘리며 당황을 하게 되고 내가 원하는 요청 사항이 스크린 속 버튼 안에 없을 때는 서비스 받기를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상점 또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키오스크 사용 방법 때문에 처음 마주한 기기 앞에서는 사용방법을 한참동안 고민하기도 합니다. 특히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합니다.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설치한 키오스크지만, 키오스크 스크린이 1m 이상 높은 곳에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터치를 통한 소통방식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키오스크가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됐지만 여전히 키오스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문용어로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죠. 

키오스크 접근성은 여전히 낮아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800대의 키오스크를 표본으로 실시한 '키오스크 접근성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국가 표준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 기반 체크리스트 35개 요구사항 중 이를 준수한 비율은 평균 45.5% 였습니다. 

금융 자동화 기기는 67.2%로 가장 높았고 행정민원 발급기도 56.8%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 외 분야의 접근성 준수율은 50% 이하로 저조했습니다. 특히 음식점, 영화관 등의 민간 분야에서의 접근성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예전에는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 단순한 '불편함'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외와 배제로 이어지게 된 사회가 됐습니다. 

신 팀장은 "코로나 이후 비대면 생활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키오스크가 많이 도입되고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키오스크가 하다보니 고령층이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은 대면 서비스에 비해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는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고 심각한 우려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도 디지털 포용 정책에 포함했다"고 말했습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나올 때, 단순한 기기 작동법을 빠르게 터득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탓한 적도 있었습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사용을 어려워하는 '우리'의 문제일까요, '기술'의 문제일까요.

디지털 정보 격차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술을 잘못 만든 겁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데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특정 사람들도 아무 생각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사용자들이 필요한 것을 쓸 수 있도록 기술로 푸는 것이 정보 격차의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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