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이번에는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K텔레콤으로 번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는데도 성과급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것. 아울러 노조는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 노조, 박정호 사장에 성과급 감소 우려 서한 보내
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노조는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측은 사측에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올해 성과급 규모에 대해 제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현행 성과급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폐기와 성과급 지급 방식의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면서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논란은 달라진 성과급 지급안이 촉발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현금과 자사주 가운데 선택해 수령할 수 있게 했다. 기업가치와 성과를 연동하기 위해 현금과 자사주를 섞어 지급키로 한 것이다.
임직원이 자사주를 원하면 10주 단위로 선택하고 1년 이상 매도하지 않으면 1년 이후 주식가치의 10%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은 내부 공지를 통해 임직원으로부터 자사주 신청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SK텔레콤은 시세로 302억원어치, 자사주 12만3090주를 임직원 몫으로 정했다.
자사주 상여금은 신청한 임직원 주식 계좌로 지난 3일에 이체됐다. 그러나 이를 받아든 임직원들 사이에서 예상 보다 지급 규모가 적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뛰었는데도 성과급이 이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주력인 이동통신을 비롯해 신성장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18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1조3493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사내 복지 포인트 지급안도 논란에 휘말렸다. SK텔레콤은 전체 구성원에게 300만포인트씩의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사측은 눈앞의 위기만을 모면하고자 전 구성원 300만 포인트 지급을 제시하며 노조와 구성원을 무시하는 행태를 자행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 이슈와 별개로 설 명절을 앞두고 임직원에게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려던 것인데 마치 노조가 성과급 불만을 제기해서 주는 것이란 오해를 받고 있다"라며 "원래 설이나 추석 명절을 맞아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복지 포인트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 최대실적 ICT 기업, 성과급 논란 이어져
코로나 여파에도 SK텔레콤을 비롯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4% 늘어난 5조126억원을 달성했음에도 성과급이 연봉의 20% 수준으로 책정된 것에 반발했다.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30억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도 사과했으나 좀처럼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SK하이닉스는 전날 노사협의회를 열고 향후 성과급 산정을 영업이익과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임직원들이 이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혜택으로 제공해 사실상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효과를 내기로 했다.
성과급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조원대 사상최대 매출을 예고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사 넥슨은 지난 1일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안과 임금 개편안을 내놓았다.
넥슨은 개발직군 신입 연봉을 5000만원까지 상향하고 재직 중인 직원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하며 성과에 따라 파격적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지난해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의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네이버는 처음으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쥐어주기도 했다. 네이버는 자사주 가운데 8820주(최근 시세로 약 30억원 규모)를 처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