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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백 걸치지 못할 바에 메타버스로 '플렉스'

  • 2021.06.02(수) 17:32

[일상의 디지털]메타버스 로그인①
패션 업계에 침투한 가상현실 세계
현실서 이루지 못한 욕망 대리충족

현실 세계를 사이버 상에 옮겨 놓은 '메타버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적용 분야가 패션과 교육, 금융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고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편집자]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찌 빌라(GUCCI VILLA)'. 이 곳은 명품 브랜드 구찌의 의류, 장신구 등을 입거나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회사원 김모씨(29)는 피렌체 구찌 빌라를 방문, 명품백을 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봤습니다.

제페토에 구현된 '구찌 빌라(Gucci Villa)'내 정원에서 아바타들이 구찌 제품을 입고 있다./사진=구찌 홈페이지 갈무리

근처 정원을 거닐거나 테이블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기도 합니다. 여기에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며 힐링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구매한 핸드백을 메고 이탈리아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까지 참석합니다.

코로나19 시국에 해외 여행에 파티라뇨. 가당치 않죠.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요즘 무섭게 뜨고 있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찌 빌라도 현실 세계 건축물을 본떠 만들어서 이용자에게 더욱 현실감을 선사합니다. 구찌는 창사 100주년을 맞아 올해 이탈리아 피렌체에 '구찌 가든(Gucci Garden)'을 오픈했습니다.

구찌 가든은 제페토에 구현된 구찌 빌라의 원형입니다. 김모씨가 명품으로 치장하고 실제 피렌체를 거닐며 이를 남들에게 자랑하는 이른바 '플렉스(Flex·뽐내다)'한 기분을 내는데 이 같은 현실감이 한몫합니다.

제페토에선 이처럼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이용해 명품으로 한껏 치장을 한다던지 다른 사람의 공간에 놀러간다던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패션쇼도 메타버스에서

IMVU내 매장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는 아바타/사진=IMVU 홈페이지 갈무리

메타버스는 적용 범위를 활발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구찌 빌라' 사례처럼 패션 업계로 디지털 가상세계가 침투하는 중입니다.

제페토만 해도 구찌뿐만 아니라 나이키·MLB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가상 매장을 열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장이 아닌 메타버스 상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브랜드도 속속 나오고 있죠.

3차원(3D) 가상현실 채팅 플랫폼 IMVU가 이 같은 흐름에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 IMVU는 미국 소재 동명의 회사 IMVU가 제작한,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한 종류입니다.

IMVU는 유명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해 꾸준히 온라인 패션쇼를 열어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IMVU는 구찌 빌라와 같이 온라인 매장에서 오프라인 제품을 디지털화한 패션 제품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의류 등을 합친 판매 제품 숫자가 무려 5000만개에 이릅니다.

매달 각국에서 접속한 600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이 제품들을 구매하는데 총 1400만달러(155억원)를 지출한다고 하는데요. 왠만한 오프라인 유통점에 버금가는 규모라고 볼 수 있죠.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통한 '대리만족'

왜 콧대 높은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 업계가 메타버스에 자사 제품을 내놓는 걸까요?

우선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전에 없이 높아진 것이 한몫합니다. 지난해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대다수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고 있죠.

위와 같이 전염병 확산 국면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 대안으로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한 것입니다. 패션 업체들 입장에서는 관심도가 높아진 메타버스내 자사 제품을 내놓으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고요.

제품 판매를 통한 부가 수익은 덤입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온라인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패션 업계도 마케팅 측면에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용자들의 메타버스 속 아바타 꾸미기 욕구가 큰 것도 패션 업계는 주목합니다.

관련 시장도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온라인 아바타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D2A(Direct to Avatar) 시장 규모는 2017년 300억달러(33조400억원)에서 내년엔 500억달러로 약 1.7배 증가할 전망입니다.

왜 사람들은 디지털 패션에 열광하는 걸까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디지털 세계에서 대리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로 꼽힙니다. D2A 시장에서 명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제페토 구찌 빌라는 구찌 제품을 오프라인과 비교해 500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값비싼 명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경우 메타버스 속에서 패션 용품을 구매하며 대리 만족이 가능한 것이죠.

미국 패션 잡지 애슬레저 맥(Athleisure mag)의 공동 창업자인 키미 스미스(Kimmie smith)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아바타를 꾸미는 것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브랜드를 착용하는 것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형태로 갖고 싶어 하게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패션 업계는 메타버스 속 수요가 오프라인 명품 등 패션 용품 수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죠.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속에서 제품을 착용하고 마음에 들면 오프라인 제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패션 업계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다른 패션 브랜드들과도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할 정도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메타버스를 효율적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기술 발전이 더 가속화되면 실제 현실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메타버스 세계가 구축될 겁니다. 그러면 이용자들이 아바타 꾸미기 삼매경에 더 빠져들지 않을까요?

현실을 옮긴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의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로, 컴퓨터 기술을 토대로 3차원으로 재구성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그래픽, 통신 등 기술 발전으로 더욱 현실에 가까운 메타버스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제페토를 예로 들어볼까요. 제페토는 사용자의 얼굴을 본뜬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용자가 아바타뿐만 아니라 제페토 세계에 일체감을 느끼기 더 쉽겠죠.

향상된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제페토 이용자는 세계 각국의 이용자를 만나기 더 쉬워졌습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2억명의 제페토 가입자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죠.

결국 기술 발전과 맞물려 메타버스는 또 다른 현실 세계를 방문하는 것 같은 경험을 이용자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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