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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21]성큼 다가온 우주통신…숙제 떠안은 5G

  • 2021.07.02(금) 08:19

머스크 스타링크 사업, 통신사와 경쟁 예고
단골 의제 5G, 혁신 위해 융합 필요성 제기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 올해 행사의 깜짝 이벤트이자 하이라이트는 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등장이다. 

머스크는 행사 둘째날인 6월29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에 최대 30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하고 내달(8월)부터 세계 시범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통신 케이블을 인공위성으로 대체하는 '우주 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알린 것이라 관심을 모은다. 머스크가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에 도전한 것에 이어 저궤도 통신위성을 활용해 6세대(6G)를 준비하는 통신 산업과 경쟁을 예고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번 MWC에선 올해로 상용화 2주년을 맞는 5세대(5G) 통신의 역할 및 5G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세계적으로 5G의 서비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망 구축만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다른 산업들과 융합해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WC '회심의 카드' 머스크 기조연설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MWC는 예년 보다 참가기업이 감소하는 등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와 퀄컴 등 주요 기업들이 오프라인에 부스를 따로 차리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참석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현장 전시 업체는 직전 행사(2019년)의 2400여개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약 1100개에 머물렀으며, 세계 143개국에서 3만명 가량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CES, IFA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히는 MWC에는 보통 10만명 가량이 다녀가지만 올해엔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신제품 발표가 쏟아지던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레노버와 TCL 정도를 빼곤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용 유저인터페이스(UI)를 공개하면서 이목을 끌어모았다.

MWC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일론 머스크의 기조연설이다. 머스크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MWC 주최 기관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홈페이지에서 행사를 불과 일주일 정도 앞두고 공개됐다. 말 그대로 깜짝 이벤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6월29일(현지시간) 열린 MWC 기조연설에 화상연결 방식으로 참여했다. (사진= MWC 홈페이지)

화상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머스크는 위성으로 국가를 초월해 세계를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스타링크에 200억~3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사업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2027년까지 약 1만2000대의 위성을 발사, 지상 통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와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 접속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100여개 위성을 스타링크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올 2월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해 현재 7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가입자 수가 앞으로 1년 안에 50만명으로 확대될 것이며, 여러 곳의 통신사들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성 통신에 도전하는 글로벌 빅테크들

위성을 기반으로 한 우주 통신은 지상의 기지국이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세계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상공에 드론을 띄워 레이저를 쏴 지상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보급하는 프로젝트에 나선 바 있다.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은 100억달러를 투자해 3000개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역시 위성 네트워크 스타트업인 스카이로와 업무 제휴를 맺고 사물인터넷(IoT)에 위성 통신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를 위한 장비들. 스타링크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비용은 월 99달러이며, 가정용 위성접시와 와이파이 라우터 등의 기기 값으로 설치 초기 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스타링크 서비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약 78Mbps 수준. 머스크는 올해 말까지 최고 속도를 300Mbps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 스타링크 홈페이지)

머스크가 추진하는 스타링크 서비스의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이를 위해선 우선 세계 각국의 복잡한 통신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위성을 경쟁적으로 쏘아올리면서 위성간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스타링크 위성은 다른 위성과 충돌할 뻔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황현식 대표이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타링크의 글로벌 서비스가 '통신 산업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로 작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도 스타링크와 같이 위성을 통해 글로벌 통신 사업을 하는 곳이 몇몇 있으나 특정 수요층을 위한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황 대표는 위성통신이 6G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며 통신사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통신 현실화에 관심, 6G 시대 경쟁 예고

스타링크 서비스의 상용화는 저궤도 통신 위성을 활용해 6G 이동통신을 준비하는 기존 통신사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8년~2030년으로 예상되는 6G 상용화를 대비하기 위해 위성통신을 활용, 초공간 통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31년까지 총 14기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위성을 통해 비행 중인 항공기나 바다 위에 떠다니는 선박에서도 와이파이 통신이 가능하고 도서 및 산간 지역에서도 초고속 위성통신을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위성통신 산업의 규모는 2018년 540억달러에서 2040년에는 10배인 584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6G 시대 초공간 서비스를 위한 위성통신망 구성도'(이미지=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발 다가온 5G, 혁신 위한 융합 숙제 떠안아

코로나 여파로 2년만에 재개한 MWC 2021은 예년 행사에 비해 5세대(5G) 통신에 대한 청사진을 더욱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G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일상 생활에 더 깊숙히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MWC를 주최한 GSMA의 마츠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5G는 올해 말까지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적용되며 5G 통신망 확대는 기업의 디지털 촉진을 유도해 2030년까지 연평균 70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도 기조연설에서 "작년초 20개에 불과한 5G 상용화 통신사가 현재 165개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퀄컴이 인용한 액센추어의 자료에 따르면 5G는 2025년까지 유럽 및 미국 경제에 수조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하고 중국에서는 3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번 MWC에선 5G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활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G는 최근 5년간 MWC에서 단골 의제로 제시되었다. 2019년 5G가 상용화할 당시엔 구현 가능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면 올해에는 5G가 사회적·산업적으로 네트워크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설명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MWC에선 그동안 GSMA라는 유럽 중심의 사업자들이 중추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몇 년간 통신 영역을 벗어나는 융합 산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대두되면서 세계 통신사들이 너도나도 개방과 협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선 5G 통신망 구축만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5G망에서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및 전통산업 등이 융합해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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