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2위 가상자산(코인) 이더리움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마쳤다. 가장 큰 변화는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노드 선정 방식을 바꾼 것이다. 블록체인에선 코인을 거래하거나 데이터 저장 공간인 블록을 새로 만들 때, 운영자 격인 '노드'들이 해당 작업이 조작된 것은 아닌지 진위를 확인해준다.
작업증명은 복잡한 연산을 풀어 컴퓨터의 성능을 입증한 이들에게 노드 참여 권한을 준다. 지분증명은 보유하고 있는 코인 수가 많은 이들에게 노드 참여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이더리움의 탄소배출량은 99% 줄어들 전망이다.
이더리움이 15일 대규모 업데이트 '머지(Merge·합병)'를 완료했다. 이더리움과 별개로 운영된 블록체인 프로젝트 '비콘체인'과 기존 이더리움을 합병하는 것이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번 머지를 위해 2020년부터 비콘체인을 운영해왔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운영자 격인 '노드'를 선정하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이더리움은 그동안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 자신의 컴퓨터 성능을 증명한 이들에게 노드로 일할 권한을 주는 작업증명 방식을 사용해왔다.
새로 적용하는 노드 선정 기준은 지분증명 방식이다. 복잡한 연산을 풀 필요 없이, 보유한 이더리움 수에 따라 노드로 일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작업증명에 비해 보안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복잡한 연산을 푸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머지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최대 99.95%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사실상 탄소 배출량이 1%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역시 트위터를 통해 "머지로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0.2%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에너지 사용량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전부터 채굴과 거래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될 때 300kg에 달하는 탄소가 배출된다"며 "비자카드로 결제하는 것보다 75만배 이상 많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가 지난해 5월 가상자산 채굴자들에게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독려하는 '비트코인 채굴위원회'를 만든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0년부터 자사 제품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낸 뒤로, 환경규제당국으로부터 연이어 제재를 받았다.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상용화로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자, 머스크가 눈치를 보고 해당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며 "추후 지분증명 방식을 고수해오던 가상자산들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마침내 머지가 완료됐다"며 "이번 업데이트는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