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1명을 뽑으려면 보통 3~6개월, 길게는 1년 이상도 걸려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같은 회사도 1~2개월 이상 걸리는데 스타트업이나 중소업체들은 쉽지 않죠."
최재웅 슈퍼코더 대표는 최근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슈퍼코더는 해외 개발자를 국내 기업과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신생 스타트업이다. 최 대표는 씬마이크로시스템즈·오라클에서 각각 시스템 엔지니어와 컨설턴트를 역임한 뒤 스위스 건강관리 스타트업 도모세이프티로 자리를 옮겨 제품·서비스 총괄 및 운영 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세워 운영하다 슈퍼코더를 공동 창업했다.
슈퍼코더는 현지에서 개발자를 모집해 서류 평가·코딩 테스트·면접 등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4시간 이내에 실력이 검증된 개발자를 추천해주고, 2주 안에 채용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개발자들은 인도·베트남·파키스탄·필리핀 등 출신으로, 현지에서 원격근무 형태로 일한다. 지난해 4월 플랫폼 출시 이후 70여명 이상의 해외 개발자를 국내 기업에 연결해줬다.
심각한 인력난 …IT분야 1만5000명 부족
중소기업의 개발자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빅테크 위주로 인재가 몰리다 보니 지원자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고,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프로젝트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 분야의 2022년 인력 부족 규모가 1만4514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2018년까지만 해도 채용 공고를 내면 구직자들이 모여들었지만, 2020년 이후로는 원하는 수준의 개발자를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며 "힘들게 구한다 해도 기존보다 실력이 20~30% 떨어지는 개발자를 20~30%는 더 비싼 값에 채용하다 보니 사업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 효율성도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발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기업에는 부담이 됐다. 그는 "개발자들의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회사 경영자들도 역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언제 다른 회사로 움직일지 모르니 개발자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사업 속도 등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선뜻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소통이 어렵고 근무 태도·실력이 안 좋을 거란 편견 때문이다. 슈퍼코더를 찾는 기업도 직접 채용부터 외주업체 고용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최후의 방법으로 외국인 개발자 채용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 대표는 "베트남만 해도 불과 10~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IT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과거 해외 개발자들의 퀄리티가 낮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저 역시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직접 인터뷰나 코딩 테스트를 해보니 만족스러운 수준의 개발자들이 많았다"며 "비용 측면에서 국내 개발자 연봉보다 저렴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일단 뽑고보자? 외면받는 중소기업
해외 개발자들의 근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 대표는 "개발도상국 출신 개발자의 경우 현지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선진 문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여긴다"며 "원격근무를 통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했다.
화상 채팅·번역 애플리케이션 등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개선됐다. 최 대표는 "이러한 근무 형태가 가능해진 데에는 인프라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대면 근무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일단 뽑고 보자'는 분위기였던 IT 개발자 인력시장은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얼어붙은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가 외국인 개발자 채용에도 영향을 주진 않을까?
최 대표는 "국내 개발 인력들은 '네카라쿠배' 등 핫한 영역으로 가려하지 모르는 중소기업에는 잘 지원하지 않는다"며 "개발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경기가 풀리고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개발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슈퍼코더의 꿈은 국경이나 지역의 벽을 허물고 인력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다. 단순히 해외 개발자를 국내 기업에 연결시켜주는 것을 넘어 국내 우수 개발자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 또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제조업이 어떻게 변해왔냐를 살펴보면 예전에는 설계와 생산 모두 한국에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IT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인재를 끌어오고 외국에도 인재가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휴먼리소스(HR·인력자원)라는 것이 정적인 자원이었다면 코로나를 통해 원격 근무가 활발해지고 경계가 없어지면서 자유로운 교류가 시작됐다"며 "이제는 로컬로 개발자를 채용하는 시대를 지나 가장 뛰어난 사람을 어떻게 찾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