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감소로 위기에 직면한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계가 돌파구로 로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우 지역 채널을 의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커머스나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27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5%, 2020년 하반기 대비 3.8% 각각 줄어든 수치다.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이후 2009년 1514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2008년 IPTV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IPTV는 2016년 처음으로 케이블TV 매출을 추월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7년 가입자 수에서도 케이블TV를 넘어섰다.
2022년 하반기(6개월 평균) 기준 전체 유료방송사업 가입자 가운데 IPTV 가입자 비중은 56.74%로 케이블TV 가입자(35.11%)와 격차는 더 벌어진 상태다. 여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등장하면서 케이블TV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규 수익원 발굴에 힘쓰고 있다. 방송법상 케이블TV는 지역 정보나 방송프로그램 안내, 공지사항 등을 제작·편성·송신하는 지역채널을 운용해야 한다. 지역채널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만큼 IPTV 등 다른 채널과의 차별점으로 지역성을 내세운 것이다.
현재 케이블TV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두자릿수 유료방송사업 시장점유율(10.2%)을 유지하고 있는 LG헬로비전은 올해 중점 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역채널 지역 전문매체 도약 △커머스사업 본격 육성 △성장성 높은 지역사업 대형화를 꼽았다. SK브로드밴드와 딜라이브, CMB, HCN 등 경쟁사들도 지역 기반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역채널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 사업은 케이블TV 업계가 주목하는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난 2021년 6월 지역채널을 활용해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생산·제조한 상품을 시청자에게 홍보·판매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다.
지역채널 커머스 매출은 지난 2021년 6~12월 9억88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6억6900만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3만6293개였던 상품판매량 역시 19만1218개로 늘었다. 케이블TV 사업자도 이에 맞춰 자체 투자액을 5억8300만원에서 15억3700만원으로 늘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역채널 커머스는 새로운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지역 축제 등이 취소되면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많았는데 지역채널 커머스가 막힌 판로를 확보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지역과 상생한다는 취지가 가장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과잉 생산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 등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홈쇼핑에 비해 낮은 입점 장벽과 저렴한 수수료(홈쇼핑 절반 수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홈쇼핑은 지 채널 커머스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해야 판매를 할 수 있다"며 "지역 채널 커머스의 경우 홈쇼핑보다 적은 물량도 판매할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농민들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케이블TV 사업자들이 2025년 6월까지 지역 채널 커머스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적용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로컬 크리에이터(지역 창업가)를 지원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 상품을 발굴하는 등 지역 채널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지난 2월 케이블TV 78개 권역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역 정보 포털 '가지(Gazi)'를 선보였다. 전국 곳곳의 지역 소식을 알 수 있는 '가지뉴스', 다양한 지역 축제·관광지·맛집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어디가지', 14개 지역채널이 제작하는 예능·교양·다큐멘터리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지TV', 지역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가지마켓'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지' 관계자는 "파일럿 테스트 기간 2200명의 가입자와 누적 다운로드 수 5000건을 확보한 상태로 현재 UI·UX(사용자환경·경험)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가지뉴스를 중심으로 가지마켓이나 여행·관광 콘텐츠를 연계하는 상품 개발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