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지난해 국내 임상 연구개발(R&D)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매년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약 허가, 급여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발간한 '2023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R&D 비용과 연구인력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33곳이 작년 국내 임상연구 R&D에 투자한 비용(해외 직접투자 제외)은 총 8178억원으로, 2018년부터 지난 5년간 연평균 14.8%의 성장률을 보였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국내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행한 국내 임상연구 건수는 전년 대비 0.6% 증가한 1600건에 달했다. 이를 통해 국내 환자가 지원 받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비용 가치는 3449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국내 임상연구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작년 실시한 주요 임상 연구 중 항암제 연구는 76%, 희귀질환연구는 11.8%를 차지했다. 두 임상연구 건수는 지난 5년간 각각 연평균 14.7%, 25.6%씩 증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는 전문 연구인력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국내 R&D 활동 종사 인력은 2055명으로 임상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또 글로벌 제약사들은 R&D 투자 외 기초연구·비임상시험, 국내 개발 물질 도입, 국내 유관 단체와의 협력 등의 다양한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며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촉매역할을 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허가 등 규제로 R&D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제약협회(PhMRA)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을 출시한 후 1년 이내 우리나라에 도입한 비율이 5%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8%에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KRPIA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해 제약사 주도 전 세계 임상시험 등록 건수에서 국가별 점유율 5위를 차지하는 등 제약바이오 산업 및 R&D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전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약 허가, 급여 부분 대한 제도적·정책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