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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성수기에…숙취해소제, 탄핵정국 '불똥'

  • 2024.12.19(목) 06:00

외식경기 위축…매출감소 우려↑

지난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헌법 제65조)이 가결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에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한 이후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면서다.

소매판매액지수 등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7개월 만에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뺐다. 계엄이 터진 후 발행한 12월호에서는 '완만한 경기회복세'라는 표현마저 들어냈다.

이번 사태로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공무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연말 송년회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2일 시행한 실태조사에서 외식업 소상공인·자영업자 52.4%는 이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외식업 부진으로 함께 울상을 짓는 곳은 또 있다. 통상 연말은 숙취해소제 매출이 가장 높은 성수기 시즌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3년간(2021~2023년) HK이노엔의 숙취해소제 '컨디션'의 매출은 전분기 중 4분기가 가장 컸다.

HK이노엔을 비롯해 동아제약과 삼양사는 4분기부터 신규 광고모델을 선정하는 등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계엄 사태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네이버에서 '숙취해소제' 검색량은 계엄령이 터진 다음날인 4일 가장 낮게 나타났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3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숙취해소제에 대한 관심도는 전년과 비교해 14% 낮게 나타났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으나 한번 꺾인 심리가 되살아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하락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HK이노엔, 한독 등 숙취해소제 업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가운데에서도 매출 성장을 거둔 이력이 있다. 하지만 소수의 업체가 숙취해소제 시장을 분점하던 8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숙취해소제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마진율이 낮은 젤리, 환 등 비음료 제형의 매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경우 컨디션의 전체 매출에서 음료제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88%에서 지난해 68%까지 줄었다. 이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 3분기 H&B(헬스앤뷰티) 사업부문 매출액은 컨디션 판매부진으로 2.4%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이보다 큰 13.3%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같은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숙취해소제 출시를 위해 인체 규제 시험을 강화하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HK이노엔 등은 비음료제형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식으로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방법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이 선언된 이후 탄핵이 빠르게 가결되면서 숙취해소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숙취해소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분별한 제품출시가 줄어들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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