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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주주들, 과도한 유상증자에 '극대노'

  • 2024.12.23(월) 16:30

차바이오텍, 올해 유증·CB 통해 자금 4450억 조달
올리패스, CB 취소 이어 유증 연기로 '철회' 불안감
"바이오, R&D 자금 투입 불가피…분쟁 해소 필요"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 올리패스는 주주들 사이에서 이번 유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일부 기업들에서는 극심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달 들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바이오 기업은 차바이오텍, 지아이이노베이션, 애니젠, 올리패스, 테라젠이텍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등이다. 이 중 차바이오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 올리패스 주주들은 이번 유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도 대폭 하락 중이다.

먼저 차바이오텍의 경우 유상증자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계열사인 차헬스케어와 마티카홀딩스 증권 취득에 각각 900억원, 200억원 등 1100억원, 연구개발에 1100억원,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위탁개발생산(CDMO) 신규시설과 사업 운영자금으로 각 2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일에는 12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사모 교환사채(XB)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스틱 스트레티직 크레딧 제2호 사모투자 합작회사'에 발행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차헬스케어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씨에스어드바이저스에 제3자 배정증자를 통해 450억원, 국내사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각 200억원과 10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올해 조달한 자금만 4450억원으로, 시가총액 74%에 달한다.

주주들은 차바이오텍의 반복적인 CB 발행과 시가총액 대비 과도한 유증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금융감독원에 유증 철회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23일 오후 1시 기준 27.25% 하락, 하한가를 웃돌고 있다.

올리패스도 지난 6일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유증은 △제노큐어 100억원(177만3049주) △쎌리뉴 50억원(88만6524주) △비엠물산 50억원(88만6524주) 등 3곳으로 나눠 진행된다. 유증이 완료되면 제노큐어가 최대주주가 된다. 올리패스는 자본잠식에 빠져 올 상반기 주가가 최저 421원까지 하락했었다. 이후 감자를 통해 자본장식을 벗어나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탔고 제노큐어가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에 지난 9일 주가는 연내 최고치인 824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5200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올리패스의 주가가 하락세에 돌입한 건 지난달 공시했던 인베스트 파트너스 1호의 제3자 배정 유증이 연기되면서다. 원래 지난해 12월 첫 공시 당시 유증 발행 대상자는 인플라플렉스로 배정 주식수는 약 870만주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 배정 주식수는 475만주로 정정됐고 유증 발행 대상자도 1년여간 더시티, 디에이치투자개발, 남지원 씨, 손형석 대표이사 등을 거쳐 '인베스트 파트너스1호'에 최종 신주 발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올리패스는 일부 소액주주로부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했고 유상증자 발행 주식수와 발행금액 80% 이상 변경으로 벌점 3.5점을 맞았다. 회사는 벌점 대신 1400만원의 벌금으로 갈음했다.

이전에도 올리패스는 지난해 CB를 발행 한다고 공시했다가 CB 발행을 철회했다. 이유는 전환사채권 납입 미납이었다. 회사는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 벌점 7점이 부과됐다. 이번에 올리패스가 유증에 실패, 철회할 경우 벌점 8점이 돼 최종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뿐만 아니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8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이달 발표했다. 신주 발행 예정가액은 6870원으로, IPO(기업공개) 공모가 1만3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회사의 유증은 처음이지만 지난 7월 전환주식(CPS) 100억원, CB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주주들 역시 상장한 지 2년도 채 안돼 대규모 자금 조달로 주주가치 훼손이 심각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가는 전일 보다 9% 하락한 8300원대다.

주주들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기업 자본금은 늘어나지만 주당순이익이 감소하는 만큼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 특성상 R&D 투자에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더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이 무리하게 IPO를 진행하는 이유가 R&D 자금 투입을 위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수월하기 때문인데 만약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기업의 존폐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주 발행 금지 관련 소송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통을 통해 주주들과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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