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고은설 부장판사)이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1심 패소 판결하며 이같은 주문을 내놓자 고요했던 법정에 탄식과 감탄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렸다.
개인정보위는 2021년 2월부터 구글과 메타의 맞춤형 광고 관련 개인정보 처리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2년 9월에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다양한 온라인 활동 기록을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사실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000억 원(구글 692억, 메타 308억)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구글과 메타는 웹사이트 또는 앱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개인정보 수집 주체로서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도 개인정보 처리방침 등을 통해 알리고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23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위는 그러나 "구글·메타가 제공하는 서비스(구글 계정,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등)에 가입한 이용자가 방문하는 웹사이트 또는 사용하는 앱 정보를 추적‧수집해 구글·메타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며 "이에 따라 구글‧메타는 이용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EU(유럽연합)‧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제재를 해왔다"고 법원에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러한 개인정보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글‧메타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재판부는 "구글이 신규 가입자에 대해 행태 정보 수집 및 동의를 받기 위해 취한 절차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동의 절차라고 할 수 없다"며 "메타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 방식이 은밀하게 이뤄져 이용자들이 이를 인지하기 쉽지 않았고, 데이터 정책에 동의해야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서비스 가입 시 타사 행태정보 수집·이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그 설정화면(옵션 더보기)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메타는 계정 생성 시 동의받을 내용을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지 않은 형태로 데이터 정책 전문에 게재하였을 뿐, 법정 고지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받지 않았다.
법원은 또한 과징금 산정에 각사 매출을 반영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을 잘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의 판결"이라며 "항소심도 동일한 판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위가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와 긴밀히 협조해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양 부처가 힘을 모아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우리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성공적으로 지켜낸 기념비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주요 국제소송에서 다각적인 법률지원을 하고, 국민과 국익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